[최악폭염 르포] 따도 못파는게 절반…이천 복숭아 농가 한숨

입력 2018-08-02 16:17   수정 2018-08-02 20:22

[최악폭염 르포] 따도 못파는게 절반…이천 복숭아 농가 한숨
농장주 "이제 날씨가 도와줬으면"…수확 철 폭염에 냉가슴



(이천=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따놓고 보면 (꼭지 부근 속이 빈) '뻥과'에 (햇볕에) 데고 상처가 난 게 많아 못 파는 게 반이야."
한낮이면 수은주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최근 20일 넘게 제대로 된 비 한번 내리지 않은 쨍쨍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수확 철을 맞은 과수농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일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2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나래리.
복숭아 주산지인 이 마을에서 20년 가까이 복숭아 농사를 짓는 정재선(67) 씨는 선별작업 중에 일소(과실 표면 등이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돼 화상을 입는 현상) 피해를 본 복숭아를 손에 쥐고 한숨부터 쉬었다.
내다 팔 수 없는 '비상품과'로 분류돼 한쪽 구석 박스에 담긴 복숭아 하나를 손에 들고 비틀어보니 꼭지 안으로 속이 비는 병해를 입은 탓에 속살은 변색이 심했고 가운데 박힌 씨는 힘없이 쪼개졌다.
복숭아밭에 설치된 관수시설의 노즐은 연신 물줄기를 내뿜었지만, 오전인데도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복숭아나무 주변 흙은 금세 말라버렸다.

정 씨와 함께 오전 6시부터 복숭아 수확을 하고 선별작업을 하던 사위 김영태(50) 씨는 무르고 상처나 내다 팔 수 없는 복숭아들을 보며 속을 태웠다.
한낮에는 너무 뜨거워 오전에만 수확작업을 하는데 따놓고 보면 못 파는 게 절반이 넘으니 맥이 풀린다고 했다.
김 씨가 장인과 함께 농사짓는 복숭아밭은 1만6천여㎡ 규모.
지난 겨울과 봄에 입은 동해와 냉해에 최근 무더위까지 이어지면서 햇볕에 데고, 과육에는 충분한 수분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작황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김 씨 부부와 장인어른 부부가 함께 작업해 매일 농협에 위판하는 물량은 4.5㎏ 박스 기준으로 100개인데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다.
다른 농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처럼 출하량이 줄다 보니 출하가격은 5∼10% 올랐다.
이들은 맹위를 떨치는 폭염에도 상품성을 지닌 복숭아 수확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김 씨는 "종일 나무 밑동에 물을 뿌려주는데도 금세 말라버린다"며 "증발한 수분을 복숭아가 너무 많이 머금으면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햇볕 차단과 물 공급량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조생종, 8월 중생종, 9∼10월 만생종 품종을 수확하는데 이제는 날씨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복숭아 주산지인 이천은 폭염, 가뭄 등으로 인한 낙과 및 일소 등의 피해로 인해 올해 복숭아 비상품과율이 예년보다 30∼40% 증가한 것으로 이천시 농업기술센터는 분석했다.
센터 관계자는 "과수 햇볕 데임과 밀 증상(과육의 일부가 생육기 고온으로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투명하게 변하는 등의 현상) 등의 피해 최소화 요령 등을 농가에 지속해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판매할 수 없는 건 주변 아는 사람들을 통해 싸게 넘기는데 이마저도 안 되면 밭에 폐기하고 있다"며 "농가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택배로도 보내드리고 있으니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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