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현대의 탄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1세기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사상은 무엇일까. 지성사 측면에서 오늘날 세계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지구과학자 스콧 L. 몽고메리와 사회변화·민족 분쟁을 연구하는 대니얼 치롯이 함께 쓴 신간 '현대의 탄생'은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들은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찰스 다윈, 토머스 제퍼슨과 알렉산더 해밀턴을 현대 사상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로 꼽는다.
그러고는 스미스는 자유, 마르크스는 평등, 다윈은 진화, 미국 초기 정치가인 제퍼슨과 알렉산더는 민주주의와 연결지으며 각각의 개념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설명한다.
예컨대 스미스는 '국부론' 저자로 유명하지만 인간 본성을 통찰한 '도덕감정론'을 쓰기도 했는데, 자유시장을 중시하면서도 정부가 공공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그를 자유시장의 사도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그의 사상을 추종한 곳에서 잔인한 독재정권이 출현하기도 했으나, 자본주의 본성을 체계적이고 통찰력 있게 분석한 탁월한 학자라고 평가한다.
저자들은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으로 인해 생명의 역사에서 신이 제거되고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이 출현했고, 개인 자유를 선호한 제퍼슨과 강력한 연방을 원한 해밀턴의 논쟁이 민주주의 형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계몽주의를 이 네 가지 개념의 뿌리로 보는 저자들은 20세기 이후 등장한 반계몽주의인 파시즘, 기독교 근본주의, 급진적 이슬람교가 태동한 배경과 이러한 반동이 소멸하지 않는 이유를 추적한다.
그러면서 "18세기 후반부터 지속한 (계몽주의) 사상의 옹호자와 반대자 사이의 충돌이야말로 현재에도 투쟁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저자들이 전개하는 논의 방식은 다소 도식적이고 서구 중심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방대한 현대 사상사를 명료하고 쉽게 요약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책세상. 박중서 옮김. 732쪽. 3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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