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동문들 "국가정책 오도했다…해임해야" 주장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과거 "중국의 종합국력이 미국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던 중국 칭화(淸華)대의 관변학자가 최근 '국가정책을 오도했다'는 비판과함께 동문들의 해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3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최근 칭화대 동문들은 추융(邱勇) 총장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후안강(胡鞍鋼·65) 칭화대 국정(國情)연구원 원장의 '허위 과장 학풍'을 문제삼아 그를 원장 및 교수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종합국력이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는 후 교수의 학술 보고서는 국가 정책 결정을 오도하고 일반 백성을 현혹하며 다른 나라의 경계심과 주변의 두려움만 샀다"고 지적했다.
후 교수가 '국가를 오도하고 국민을 오판하게 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이 호소문에 연대 서명한 칭화대 동문은 이미 1천 명을 넘은 상태다.
"모교의 학구적 풍토와 학술적 명예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이들 칭화대 동문은 "후 교수가 상식에 위배되는 '연구결론'을 냄으로써 학문을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신좌파 계열로 분류되는 후 교수는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자 출신으로 미국 예일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홍콩 중문대 연구원을 거쳐 2000년 중국과학원과 칭화대가 공동 설립한 국정연구센터 주임으로 초빙됐다.
이후 2012년 칭화대 국정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임명된 그는 중국 지도부의 입맛에 맞는 국가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관변학자로 활동해왔다.
그가 낸 보고서가 여러 차례 중국 공산당의 인정을 받았고 중난하이(中南海·베이징 관청가)에서 열리는 좌담회의 단골 참석자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과도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6년에는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 최대의 상품 수출입 국가, 최대의 경제체가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 강연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전면적인 추격 단계에 진입했고, 경제실력, 과학기술실력, 종합국력 등 일부 분야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며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칭화대 동문들은 중국 당정의 최고 브레인으로 중국 고위급을 상대로도 강연해온 후 교수의 이런 관점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의 결정을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발발 원인을 중국의 기술력과 위상을 스스로 과장하는 바람에 미국의 경계와 견제를 촉발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을 내림에 따라 후 교수는 허위과장 풍조를 대표하는 학자로 찍히게 됐다.
지난 6월 중국 과기일보 류야둥(劉亞東) 편집장이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곧 따라잡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며, 이런 착각이 무역분쟁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룽융투(龍永圖) 전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수석협상대표는 "중국은 현재 발전 추세나 개인 역량, 종합국력 측면에서 미국에 현격히 떨어진다"며 "긴박감과 위기감을 갖고 쫓아가도 부족할 판에 이를 무시하고 자만심을 부추기는 풍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메이신위(梅新育)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연구원은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에 "후 교수의 연구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학술 자유에 속하는 문제여서 이 문제 때문에 해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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