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무가베 오른팔로 통해…독립투쟁 시절부터 중국과 인연
민주주의 내세우지만 '또 다른 독재' 우려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에머슨 음낭가과(75) 대통령은 노련미가 돋보이는 지도자다.
음낭가과는 작년 11월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37년 통치 끝에 군부 쿠데타로 물러난 뒤 임시 대통령에 취임해 짐바브웨를 이끌어왔다.
음낭가과가 '포스트 무가베' 자리를 굳히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과거 무가베의 '오른팔'로 통하다가 무가베의 부인과 후계자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반전을 일궜다.
음낭가과는 1942년 9월 짐바브웨 중남부 광산도시 즈비샤바네에서 태어났다. 음낭가과 가족은 짐바브웨의 최대 민족인 쇼나족에 속하는 카랑가 부족 출신이고 부친은 백인 농부들에 저항운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음낭가과는 1960∼1970년대 영국계 백인정권에 맞서 독립투쟁에 참여했고 1965년 체포돼 10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음낭가과는 체포된 뒤 고문을 당해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음낭가과는 수감생활 후반 무가베와 친분을 쌓았고 이 인연은 훗날 음낭가과가 짐바브웨의 핵심 권력자로 부상하는 데 큰 힘이 됐다.
1970년대 중반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는 이웃국가인 잠비아로 건너가 잠비아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1980년 짐바브웨가 독립하고 무가베가 총리가 됐을 때 음낭가과는 초대 보안장관에 올랐다.
이후 재무·법무·국방장관 등 정부 요직을 거쳤고 집권당 소속으로 하원의장을 맡기도 했다.
2013년에는 무가베에 의해 부통령에 임명됐지만, 작년 11월 6일 갑자기 해임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피신했다.
당시 무가베가 부인인 그레이스 무가베에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음낭가과를 내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짐바브웨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무가베를 권좌에서 몰아냈고 음낭가과는 귀국해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과거 오랫동안 정치적 동지였던 무가베와 음낭가과가 한순간에 적으로 바뀐 것이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짐바브웨 국민 사이에 '악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독립투쟁 시절부터 과격하고 빈틈없는 태도로 정치적 민첩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음낭가과 대통령은 중국과 친한 지도자로 알려졌다.
1960년대 이집트와 중국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고 특히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이념 교육을 받았다.
작년 11월 무가베에 대한 군부 쿠데타 직전에는 중국을 방문해 관심을 끌었고 올해 4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음낭가과는 작년 11월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민주주의와 외국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재건을 강조해왔다.
무가베와 차별화된 행보로 적지 않은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도 음낭가과 대통령이 앞으로 짐바브웨의 또 다른 독재자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과거 무가베 최측근으로 활동하면서 적지 않은 논란에 휘말렸다.
1980년대 무가베에 반대하는 은데벨레 부족 수천 명을 학살하는 데 관여하고 2008년에는 무가베에 유리하게 선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짐바브웨 군인들이 지난 1일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시위를 하던 야당 지지자들에게 발포해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점도 오점으로 남게 됐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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