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유증 최소화 시급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의 에머슨 음낭가과(75)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앞으로 갈 길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음낭가과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에서 5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선은 37년간 장기집권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로 퇴진한 뒤 8개월여 만에 치러졌다.
짐바브웨가 독재정권 시절의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고 새롭게 도약할 전환점을 맞았다.
그러나 음낭가과 대통령 앞에 놓인 정치·경제적 과제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무가베에 이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겠다"고 강조해왔지만 부정선거 논란과 유혈사태로 얼룩졌다.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은 투표가 끝나자마자 대선 승리를 주장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결과 발표를 미룬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야당 지지자들은 지난 1일 거리시위에 나섰고 군인들의 실탄 발포로 시위대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야당의 반발 등으로 부정선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DC의 대변인은 대선과 총선을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모든 일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선거 결과를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무가베 퇴진 이후 국민의 정치적 욕구가 분출되는 상황에서 정국이 살얼음판 같은 불안에 직면한 셈이다.
게다가 음낭가과 대통령의 득표율이 50.8%에 그친 점은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음낭가과 대통령은 야당 등 반대세력과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 선거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는 행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짐바브웨에서 정치적 안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경제회복이다.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독재자의 부패와 실정으로 경제가 망가진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국민은 오랫동안 높은 실업률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로 고통받고 있고 통용화폐인 미국 달러화 부족, 막대한 재정적자, 외국인 투자 미흡 등 경제난이 심각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짐바브웨 국민 1천600만명 가운데 약 ¾은 빈곤상태다.
과거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경제적 잠재력이 큰 나라로 평가됐다.
독립 직후인 1980년대에는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탄탄한 농업기반을 바탕으로 육류, 옥수수, 담배 등을 외국에 수출했다.
또 금, 크롬을 비롯한 광물자원과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아프리카에서 문맹률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짐바브웨 경제는 1990년대 들어 악화하더니 바닥으로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짐바브웨는 1999년부터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로버트 무가베가 1990년대 후반 백인 농장주의 토지를 몰수하면서 농업기반이 붕괴하고 서방국가들과 갈등으로 외국투자를 유지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무가베 정권의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짐바브웨에 대한 원조를 줄이고 경제제재를 했다.
여기에 2000년대 화폐개혁에 따른 지폐 남발 등으로 자국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무가베 퇴진 이후 경제회복을 다짐했지만 아직 기대만큼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체질 개선에 노력하지 않으면 국민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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