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언제 바닥날지 몰라 마음대로 쓰지도 못합니다. 지독한 폭염이 언제 끝날지 답답합니다."
한낮 최고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은 지난 3일 충북 단양군 가곡면 말금마을의 주민 A씨는 갑작스럽게 마실 물이 끊길까 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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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m 이상의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A씨의 집 주변에는 5∼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 마을에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살아온 A씨는 요즘 물 걱정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여름철만 되면 가물어 물이 끊길까 노심초사하긴 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물이 끊길까 봐 씻는 건 고사하고 밥하고 마시는 것도 아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이 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수는 마을 언덕에 설치된 20∼30t 규모의 물탱크가 전부다.
지하에서 펌프를 이용해 물을 끌어다 쓰다 보니 물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이면 물탱크가 바닥을 보이기 일쑤다.
인근 성금마을 주민 B씨는 "먹는 물은 그럭저럭 나오는데 밭에 줄 물이 없어서 큰일"이라며 "심어놓은 고추가 말라비틀어져 가는 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자니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군이 제공하는 페트병으로 식수를 해결하는 주민도 있다.
지난 2일 단양군 적성면 상리의 한 마을 주민은 군이 지원한 2ℓ짜리 페트병 12개를 받아갔다. 식수원이 고갈돼 마실 물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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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군은 폭염과 가뭄이 지속하자 지난 27일부터 민관 합동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단비 기동대' 가동에 나섰다.
단비 기동대는 별동대처럼 구석구석을 누비며 농업용수가 필요한 곳에 신속히 물을 공급하는 기동 급수반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단양군에 이웃한 제천시는 산간오지 마을 6곳에 생활용수가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제천시는 6.5t짜리 물탱크 차량과 제천소방서 지원을 받아 6개 마을에 하루 20∼30t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공급한 생활용수만 174.5t에 이른다.
제천시 관계자는 "간이 상수도가 없는 산간지대는 생활용수를 계곡 물이나 인근 샘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가뭄에 폭염까지 더해 오지 마을은 생활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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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도 계곡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다 최근 물이 말라 어려움을 겪는 5개 마을에 1주일에 2∼3차례에 걸쳐 마을당 최대 5t의 물을 공급해주고 있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충북지역의 7월 강수량은 예년(238.7∼348.2㎜)보다 적은 208.8㎜에 불과했다.
강수일수도 7.8로 예년(15.8일)의 절반에 그쳤다.
청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장마 기간이 예년(32일)의 절반 수준인 16일밖에 안 됐고 이후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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