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8개월만에 최대폭↑…부동산시장 '꿈틀'에 DSR효과 '미미'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경윤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동시에 크게 증가해 가계부채 잔액 규모가 550조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액이 4개월 만에 2조원대를 회복했고 개인신용대출 증가 폭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었고, 금융권이 상반기에 도입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개인신용대출의 증가세를 막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547조7천3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로 3조1천490억원, 전년 동월 대비로는 37조9천241억원 늘었다.
올해 초 증가세가 주춤하는 듯하던 가계대출은 3월부터 다시 전월 대비로 3조원 이상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4개월 만에 2조원대를 회복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했다.
지난달 말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조396억원 늘어난 389조4천24억원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초 정부가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연달아 시행한 영향으로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올 1월 도입된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차주별 대출한도가 사실상 축소되는 효과가 난 데다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양도세 중과로 재건축 부동산과 청약 열풍이 다소 누그러져서다.
4월 다주택자 중과세를 앞두고 3월에 주택담보대출이 반짝 늘어났던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조원을 밑돌았다. 1월에는 증가액이 9천565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주택담보대출이 월평균 약 2조2천억원씩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둔화세였다.
하지만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재차 2조원을 웃돌며 작년 하반기 수준을 회복했다.
각종 규제에도 최근 서울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KB 부동산의 주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4% 증가했다. 증가율은 3월 5일(0.29%)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서울 매매거래지수도 7월 30일 기준 25.4를 기록해 역시 3월 5일(30.5)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102.6을 기록해 3월 26일 이후 처음으로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은 상태의 시장을 형성했다.
개인신용대출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7월 말 주요 시중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1천982억원 늘어난 102조5천973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조7천803억원)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그간 개인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로 증가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달에는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늘었다.
이 때문에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에 연이어 도입된 DSR의 효과에 회의가 일고 있다.
DSR은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담보대출만을 대상으로 한 DTI와는 달리 DSR은 신용대출과 자동차할부금, 카드론 등 모든 종류의 부채를 타깃으로 삼기에 당초 신용대출 풍선효과를 억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연 소득이 낮아도 담보가 있는 경우에는 대출해줄 수 있다"며 "꼭 DSR이 높다고 해서 대출이 거절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아직은 시범운영 기간이라서 은행들이 시장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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