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적 과격구호 사라진 4차여성시위…수만명 운집에도 질서정연

입력 2018-08-0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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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적 과격구호 사라진 4차여성시위…수만명 운집에도 질서정연
비판 여론 의식한 듯 "원색적 조롱·인격모독 안돼" 사전 공지
대표자 발언 대신 '구호 선창·제창' 이색 시위 방식 눈길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는 지난 3차 시위 때 논란을 일으켰던 "재기해" 등 과격 표현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혜화역 차도를 벗어나 광화문광장에 진출한 여성 참가자들은 주최 측 추산 7만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모였음에도 질서를 유지하면서 3시간에 걸친 시위를 축제로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달 7일 혜화역에서 열렸던 3차 시위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구호로 큰 비판을 받았다.
당시 주최 측은 '페미 대통령'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참가자가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어 공식적인 선창은 없었지만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를 외쳤다. '재기하다'는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 퍼포먼스를 펼쳤다가 사고로 숨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빗대,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의미로 쓰이는 온라인상 비속어다.
이 때문에 3차 시위는 문 대통령 지지층은 물론 일부 여성학자들에게까지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거울로 비추듯 돌려주는 방식의 시위)'일 뿐"이라며 옹호하는 목소리보다 혜화역 시위를 비난하는 여론이 더 거셌다.

이를 의식했는지 주최 측인 '불편한 용기'는 4차 시위를 이틀 앞둔 2일 공식 카페에 집회 안내사항을 공지하면서 "원색적인 조롱, 인격모독 등 특정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피켓은 제지하거나 압수하겠다"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주최 측이 정부와 만나면서 표현을 자제시키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불편한 용기 측은 지난달 13일 "정부 부처와 만났고, 앞으로 지속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에 주최 측은 "피켓을 제지하기로 한 것은 일부 피켓만 집중 조명해 확대해석하는 기득권과 언론의 백래시(backlash.반격)에 대항하는 소모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비판은 문제 되지 않으나, 비난·조롱은 삼가자"고 추가로 밝혔다.
이런 소통을 거친 뒤 열린 4일 시위에서는 공식 구호는 물론 참가자들이 돌발적으로 외치는 구호에서도 '재기해' 등 원색적인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주최 측도 특정인을 비판하는 퍼포먼스 대신 불법촬영 범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내용의 '재판 퍼포먼스'를 준비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멀리 청와대가 눈으로 보이는 광화문광장이었지만 "자칭 페미 문재인은 응답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 정도의 구호·발언만 청와대를 향했다.

참가자들은 최고기온 34.9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도 자리가 날 때까지 수십 분 넘게 서서 기다리는 등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시위 장소 바깥에서 사진을 찍거나 인터넷방송 생중계를 하려는 남성들이 발견되면 직접 욕설을 하기보다는 여경에게 알려 경찰이 제지하도록 했다.
한편 이날도 1∼3차 시위처럼 미리 주최 측이 공지한 구호를 수십 명에 달하는 '선창자'들이 돌아가면서 선창하는 식의 시위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노동단체 등 기성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전통적 방식의 집회에서는 특정 조직의 간부가 연사를 펼치는 '발언'이 주가 되지만,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대에 서서 '선창'을 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선창자로 무대에 선 여성들은 담담한 목소리부터 광화문 일대를 쩌렁쩌렁 울리는 절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조로 각자의 분노를 뿜어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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