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달간 분당·일산·평촌서 3천500여 세대 정전 피해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곳곳에 정전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전사고의 상당수가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20여 년 전 1기 신도시 준공 당시 설정된 가구당 전력 공급량 기준에 비해 사용량이 많이 늘어난 데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특정 시간에 사용량이 집중되면서 변압기가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 정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 3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74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 차단기 고장으로 추정되는 정전이 발생, 200여 세대가 냉방장치 없이 더위에 시달렸다.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선 일시적으로 아파트 전체의 전력사용량을 대폭 낮춰야 했지만, 정전된 200여 세대를 제외하고도 나머지 가구의 사용량이 여전히 많아 복구는 40여 분간 지연됐다.
한 아파트 주민은 "넓은 평수다 보니 한 집에서 에어컨을 2대씩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전력사용량이 많다"라며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통해 정전되지 않은 세대에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수차례 당부한 뒤에야 가까스로 복구됐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변압기 퓨즈가 끊어져 300여 세대가 불편을 겪었고, 같은 달 20일에는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에서 자체 변전실 차단기 고장으로 470여 가구가 폭염 속 더위와 씨름하기도 했다.
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경기도 내 1기 신도시에서 발생한 정전 피해는 확인된 것만 7건, 피해 가구는 총 3천500여 세대에 달한다.
전국 발생 건수로 따져봐도 신축 후 25년을 넘은 아파트의 정전 발생률은 15년 미만 아파트보다 9.5배 많다.
한전은 1기 신도시에 정전 피해가 집중되는 원인으로 변압기 설비 노후화를 지적했다.
김치냉장고나 건조기 등의 일상적으로 사용됨에 따라 전기 소비량이 늘어 최근 설계된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적정용량이 3㎾ 수준이지만, 1기 신도시의 경우 1㎾ 남짓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정전사고를 막기 위해선 필요 용량에 따라 변압기를 미리 교체하고 기준과 맞지 않는 옥내 전선 설비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한전은 전했다.
한전은 아파트 정전 예방을 위해 영세 아파트의 노후 변압기 교체비용 약 50%를 지원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설비 노후화로 정전 피해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변압기를 교체하고 설비를 점검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라며 "아울러 입주자들도 수요가 피크 시간대에는 냉방기기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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