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피서 대목에 웬 물난리"…침수 피해 상가 '망연자실'

입력 2018-08-06 13:42  

[르포] "피서 대목에 웬 물난리"…침수 피해 상가 '망연자실'
기록적인 폭우에 강릉 시내 곳곳 물바다…시민들 큰 불편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대목을 봐야 할 피서 절정기에 웬 물난리인지 한숨만 나옵니다."
6일 새벽 시간당 93㎜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원 강릉 시내 곳곳이 물바다로 돌변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뚫고 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은 출근길 골목에서부터 갑자기 등장한 황톳빛 흙탕물 웅덩이 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사륜구동 차량은 그나마 역류하는 물을 헤치고 나갔지만, 일부 승용차들은 우회로를 찾느라 분주했다.
동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경포해수욕장 인근의 진안상가 주변은 무릎까지 빠질 정도의 물이 차오르자 주민들이 출입문에 모래주머니를 쌓으며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계속 불어나는 물길은 모래주머니를 넘어 상가 안까지 밀려들었고 주민들은 뜬눈으로 이 물을 퍼내고 또 퍼냈다.
일부 주민은 반복되는 물난리에 복구작업을 단념한 듯 줄담배를 피웠다.
폭우로 전기가 끊어진 횟집에서는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안영선(72)씨는 "피서 절정기에 물난리를 당해 손해가 더 크다"면서 "어제 자연산 고기를 많이 넣어 두었는데 모두 죽었다. 복구하는 데만 며칠 걸려 장사를 망치게 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포 진안 상가에서는 10여 상가가 이러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20년째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여기는 2002년과 2006년에도 침수되는 등 상습 침수지역이어서 그동안 배수 시설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새벽부터 피해가 발생해 관련 기관에 전화했지만 받는 곳이 없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커피거리로 유명한 견소동 강릉항으로 들어가는 곳도 미처 물이 빠지지 못해 한때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이곳은 주변보다 낮은 데다 배수로가 막히는 바람에 일부 차량이 침수돼 오도 가도 하지 못했다.
한 주민은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곳인데도 배수로 위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등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막힌 배수로를 찾지 못하면서 물이 상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피해를 키웠다"라고 항의했다.
이 밖에도 강릉 시내 곳곳의 도로와 농경지가 주변과 전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황톳빛 물바다로 변했다.
침수 현장을 살펴보던 허병관 시의원은 "시간당 90㎜가 쏟아지는 등 과거 태풍 '루사', '매미'때에 버금가는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커졌다"면서 "상습 침수지역은 큰 틀에서 하수관로를 재정비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dm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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