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윤종빈 "저만의 독특한 '본 시리즈' 만들고 싶었다"

입력 2018-08-06 13:47  

'공작' 윤종빈 "저만의 독특한 '본 시리즈' 만들고 싶었다"
"'신과함께2'는 이미 잘되니 내 영화에 배려해 달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윤종빈 감독이 영화 '공작'으로 돌아왔다.
그는 중앙대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로 2005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등을 통해 입지를 다진 감독이다.
오는 8일 개봉하는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캐기 위해 북한으로 잠입한 실존 안기부 첩보원 이야기를 그린 스파이 영화다.
현란한 액션이 없어도 인물 간 대사와 치밀한 심리전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 '웰메이드 첩보영화'로 평가받는다.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황정민이 흑금성 역을, 이성민이 흑금성과 교감을 나누는 북한 고위급 리명운 역을 맡았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감독은 "제 색깔이 묻어나는 '본 시리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은 윤 감독과 일문일답.
--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 2015년 초에 이 아이템을 잡았다. 처음에는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 내 권력 암투와 같은 정치영화를 만들려고 자료조사를 했다. 그러다 언론 기사를 통해 흑금성을 알게 됐고, 첩보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 이전 정권 아래에서 영화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 당시 영화계에 흉흉한 소문이 있긴 했다. 어느 제작사가 세무조사를 당했다더라, 그런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조용히 찍고 싶었다. 제목도 흑금성 사건이 드러나지 않게 가제로 '공작'으로 지었다. 막상 찍는 과정에서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 실제 주인공인 흑금성 박채서씨를 만났나.
▲ 당시에는 박채서씨가 수감 중이어서 그분 딸과 만나 제작 의사를 전달했다. 박채서씨는 자기 이야기를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국가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했는데, 돌아온 것은 간첩이라는 굴레와 6년이라는 독방생활이었다. 그분 딸 역시 기업에 취업했다가 아버지가 간첩이라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됐다고 들었다. 그런 가족의 피해를 보면서 자기 이야기를 알렸으면 한 것 같다. 그분 가족들이 '공작'을 본 뒤 "감동적이었다"고 하더라. 박채서씨는 "대본과 영화가 많이 다르네"라고 말씀하셨다. 칭찬인 것 같다.
- 흑금성과 리명운의 브로맨스가 강조된 것 같다.
▲ 이런 영화에서 두 남자가 전형적으로 알콩달콩 혹은 티격태격하는 것이 싫었다. 서로 다른 신념을 지닌 남자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적으로 보던 하나의 대상을 한 명의 인간으로 보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 스파이 영화인데 액션을 배제한 이유는.
▲ 애초 이 작품을 만든 의도가 이야기 자체가 주는 재미와 매력 때문이었다.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작했다. 스파이가 총을 쏘는 액션을 하는 것은 정체를 들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액션 자체를 넣을 수 없었다. 후반부 북한 탈출 장면에서 액션신을 넣어 촬영했지만, 결국 편집 때 덜어냈다.
-- 스파이 영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피아의 식별이고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다가 그것이 바뀌는 이야기가 스파이 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스파이 영화 흐름 가운데 '본 시리즈'도 본질을 비틀면서 시작하는 영화다. 나도 나만의 또 다른 '본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 본의 유사품, 복제품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 평양 장면이 꽤 사실적이다.
▲ 평양 장면은 중요한 터닝포인트여서 사실적으로 구현하려고 했다. 한국 국적으로는 북한에서 촬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북한 영상을 파는 외국팀에 관련 영상을 구입해 합성했다. 평양과 비슷한 연변 모습도 촬영해 합성하고, 국내 오픈 세트도 지었다. 강원도 폐탄광촌에 일본강점기 때 지은 숙소가 있는데, 그곳을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돈이 많이 들어 배우들과 제 개런티를 깎아 제작비로 충당했다.
-- 배우 기주봉의 김정일 연기와 분장이 매우 인상적이다.
▲ 가짜 같으면 몰입도가 떨어지니까. 할리우드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특수분장팀을 섭외했다. 또 김정일과 키가 비슷하고,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 세 분을 추렸다. 분장팀에서 최종적으로 기주봉씨를 선택했다. 그가 뉴욕에서 가서 직접 본을 뜬 뒤 한국에 와서 1차 테스트를 하고, 수정했다. 이어 다시 두 번째 본을 떠 수정하고 촬영한 모습이다. 촬영 때마다 특수분장에만 6시간이 걸렸다.



-- 김정일이 강아지와 함께 등장하는데.
= 탈북시인(장진성)이 쓴 '친애하는 지도자'라는 회고록을 참고했다. 그 시인이 김정일을 만났을 때 기록을 상세하게 적어놨다. 김정일은 실제로 애완견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극 중 나오는 애완견은 말티다. 순종을 사 3개월간 훈련을 시키고, 털 관리를 하는 데만 2천500만 원이 들었다. 강아지에게 그 돈을 쓰려니까 너무 고민됐다. 제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제작비가 2천500만 원이었다.
--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 핵심은 긴장감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물의 에티튜드(태도 혹은 사고방식)도 정확하게 파악되면 안 된다. 그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너무 힘들어했다. 저도 힘들었다. 배우들에게 대사를 액션처럼 해달라고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했다.



-- 황정민의 어떤 모습에서 스파이 모습을 봤나.
▲ 군인의 투박함과 우직한 얼굴이 있었으면 했다. 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 필요했다. 그때 떠오르는 배우가 황정민밖에 없더라. 이성민씨 역시 티 나지 않아도 인간미가 묻는 배우여서 캐스팅했다.
-- 촬영 당시와 지금의 남북관계는 많이 바뀌었다.
▲ 촬영 장소를 헌팅할 때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그때 현실이 너무 다이내믹해서 상상력을 이길 수 없구나 생각했다. 촬영 중에는 북한 선제 타격이니 어쩌니 난리가 났다. 그러다 촬영을 마쳤을 때는 남북 정상이 다리에서 만나고, 우리 영화와 비슷한 장면이 구현돼 놀랐다.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이었을 때 이 영화가 의미가 있는지, 혹은 화해 무드에 있을 때 의미가 있는지는 잘 판단이 안 된다.
-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대기근이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 북한의 모습이 참혹하고 리얼해야 극 중 리명운의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명운의 내면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길게 보여줬다.
- 칸영화제 상영 버전과 달라졌나.
▲ 이해가 안 되거나 몰입을 방해하는 대사를 중간중간 걷어냈다. 4분 정도 분량이 줄었다. 흑금성의 내레이션도 다시 녹음했다. 지금 나온 버전이 '베스트'다.



-- 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인과연' 흥행 기세가 무섭다.
▲ (김) 용화형, (하) 정우형과는 학교 선후배(중앙대 영화학과)로 친하다. '신과함께2'는 이미 잘되고 있으니 '공작'에 배려를 해줘야 한다. 대학 다닐 때 용화 형이 학생회장이었고, 제가 과대표였다. 그 당시 용화 형이 박찬호 경기 중계를 본다고 제가 자취하는 원룸에 새벽마다 왔다. 이제 그때의 보상을 받을 때가 된 것 같다. 아마 저같이 대진운이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군도:민란의 시대'(2014) 개봉 때는 '명량'이 있었고, '공작' 개봉 때는 '신과함께2'를 만났다.
-- 차기작 계획은
▲ '범죄와의 전쟁' 이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다시 내 장기로 돌아가서 캐릭터들이 재밌고 거친 남자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새로운 시스템에서 해보고 싶다. 한국영화의 예산이 많이 오르다 보니, 예산을 회수하려면 스코어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흥행 코드에 맞추려다 보니) 표현에 한계가 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에 나갈 수밖에 없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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