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우디다운 건축물이 된 생쥐굴 '밀라주택'

입력 2018-08-06 14:09   수정 2018-08-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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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우디다운 건축물이 된 생쥐굴 '밀라주택'
이병기·황효철 신간 '가우디의 마지막 주택'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모든 종류의 꺼림칙한 동물들이 드나드는 깜깜한 구멍" "불길한 해골 무더기" "둥지와 매장지의 중간"…….
악평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 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에 있는 까사밀라, 즉 밀라 주택을 겨냥한다.
물결치는 외벽, 벌집을 떠올리게 하는 창, 영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캐릭터에 영감을 준 투구 모양 굴뚝…. 현대의 눈으로 봐도 1912년 10월 완공된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이 주택은 범상치 않다.
'생쥐 굴'로까지 묘사되면서 논쟁에 휩싸인 밀라주택은 이제는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과 함께 천재 건축가 가우디 역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신간 '가우디의 마지막 주택: 밀라 주택'(아키트윈스 펴냄)은 밀라 주택을 중심으로 장년 가우디의 건축적 성취를 분석한다.
건축사진가 황효철 사진(보다), 바르셀로나 공대에서 수학한 건축가 이병기 글(읽다), 각종 도면(그리다)으로 구성된 책에 따르면 밀라 주택은 "이성과 감성으로 빚은 건축"이다.
실험과 계산을 거듭해 돌기둥에 철골보를 올린 유연한 구조체계를 선택한 점은 가우디의 이성적 접근을 증명한다.
너울거리는 입면, 실제 사람 얼굴을 본뜬 조각 등을 통해 돌이라는 육중한 덩어리에 활기와 역동성을 담아내려 한 점은 새 시대 감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성과 감성의 아우름은 가우디 건축이 자연과 만나는 부분이라는 것이 책 결론이다. 이는 "무릇 건축은 자연의 법과 조화를 이룬 하나의 법을 가져야만 한다. 그 법에 자신을 얽매이지 않은 건축가는 예술 작품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것을 만들 뿐"이라던 가우디 생전 발언과 이어진다.
239쪽. 2만5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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