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니 사건 진상규명·불법 난민·테러리즘 등 현안 논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년 전 노동운동을 연구하던 이탈리아 청년이 이집트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뒤 삐걱거리던 이탈리아와 이집트 관계가 최근 개선됨에 따라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이집트를 방문했다.
엔초 모아베로 밀라네시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이집트를 찾아 사메 쇼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줄리오 레제니 살해 사건 진상규명을 포함한 양국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탈리아 외교 수장이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2015년 이래 처음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8세 이탈리아 청년 줄리오 레제니는 이집트 노동연구를 위해 이집트에 거주하던 2016년 1월 25일 카이로에서 실종됐다가 9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의 사체에는 손톱이 빠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심하게 고문을 당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이탈리아는 레제니가 이집트 정보기관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고 보고 이집트 측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밀라네시 장관은 이날 카이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쇼크리 장관이 레제니 살해범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며 이집트 측의 수사 협조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쇼크리 장관은 "테러리즘, 불법 난민 등의 공동 과제에 직면한 두 나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양국 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통적인 우방인 두 나라의 관계는 당초 이집트 정부가 레제니 피살 사건에 이집트 정보기관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이탈리아 측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급속히 냉각됐다.
이탈리아는 진상규명 작업에 진척이 없자 2016년 4월 카이로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전격 소환했다. 이탈리아는 이후 이집트 당국이 사건 관련 핵심 문서를 건네주는 등 협조할 기미를 보인 작년 8월에야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이로 대사를 복귀토록 했다.
한편, 이집트 외무부에 따르면 양국의 연간 교역 규모는 47억5천만 유로(약 6조1천768억원)에 달하고, 이탈리아의 거대 석유회사인 Eni는 이집트의 중요한 외국인 투자회사 가운데 하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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