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첫 내한공연…"한국 팬 최고, 꼭 돌아오겠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언니들의 전성시대다. 여기서 언니는 나이가 위인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선다. 나이를 떠나 쿨하고, 매력적이고, 멋있으면 '언니'다.
6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미국 싱어송라이터 할시(Halsey·24)의 첫 내한공연은 이처럼 우리 사회에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 '걸크러쉬'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관객 1천200명의 예매율을 보면 여성이 77.9%(935명), 남성이 22.1%(265명)이었다. 여성 예매자 54.2%는 20대, 22.3%는 10대로 1020 세대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공연주최사 AIM 이재일 팀장은 "실제 입장 관객은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나머지는 남성 지인이 대신 예매해준 경우"라고 설명했다.
2015년 데뷔한 할시는 지난해 발표한 정규 2집 '호프리스 파운틴 킹덤'(Hopeless Fountain Kingdom)을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려놓은 대형 신인이다. 체인스모커스, 저스틴 비버, 캘빈 해리스 등과 함께 작업하며 디스코그래피를 탄탄하게 쌓고 있다.
음악 외적 행보도 야무지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이 미국 연예계와 정계를 휩쓸 때 그도 연대의 뜻을 밝혔다. 그래미어워즈에서 흰 장미를 든 것이 그 일환이다.
그는 트위터에 "나더러 뚱뚱하다고 말해도 내가 피자를 먹는 걸 막을 순 없을걸, 난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우리는 다른 인종의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 동성애 여성에 소홀하지 않은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여성을 보호하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써 공감을 얻었다.
이날 콘서트에서 할시는 '아이 클로즈드'(Eye Closed)로 포문을 열었다. 소녀들은 공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가솔린'(Gasoline), '캐슬'(Castle), '해븐 인 하이딩'(Heaven In Hiding), '스트레인저스'(Strangers), '로만 홀리데이'(Roman Holiday), '클로저'(Closer), '소리'(Sorry), '얼론'(Alone), '월스 쿠드 토크'(Walls could talk), '나우 오어 네버'(Now or Never), '영 갓'(Young God), '홀드 미 다운'(Hold me down), '배드 앳 러브'(Bad at Love) 등을 선보였다.
특히 '스트레인저스'를 소개하며 "성소수자(LGBT) 커뮤니티를 위한 노래"라고 했고, '허리케인'(Hurricane)을 부를 땐 "여러분은 자신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 아름다운 도시에 꼭 오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게 됐다. 한국 팬들이 세계 최고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팬들은 지칠 줄 모르는 떼창과 "할시 사랑해"라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공연은 오후 8시 시작으로 공지됐지만 할시가 등장한 건 1시간 넘게 지난 오후 9시 5분이었다. 앞서 30분은 인도네시아 출신 가수 니키(NIKI)가 채웠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객석에선 걱정스러운 술렁임이 나오기도 했다.
할시는 7일 싱가포르로 출국해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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