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인권운동가 체포에 캐나다 비판이 발단…美 "구금정보 공개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운동가 체포를 놓고 불거진 캐나다와 사우디 간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사우디가 지난 5일(현지시간) 내정 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며 캐나다와의 신규무역 및 투자 거래를 동결하고 주사우디 캐나다 대사 추방 명령을 내린데 대해, 캐나다는 '인권 수호'를 내세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6일 "캐나다는 늘 인권을 옹호할 것이고 여기에는 전세계 여성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dpa,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사우디의 외교·경제 보복 조치 이후 캐나다의 첫 공식 반응이다.
프리랜드 장관은 이어 사우디가 리야드 주재 자국 대사에 대한 추방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대사관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캐나다와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도 우회 지원에 나섰다.
미 국무부 관리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사우디 정부에 구금된 운동가들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며 "사우디 정부가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법률 사건의 진행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캐나다를 겨냥한 추가 대응에 나서면서 '강경 모드' 수위를 높였다.
사우디 교육부는 자국민이 캐나다에서 참여하는 직업훈련, 장학금, 교환 학자 등의 프로그램을 모두 중단시키고 캐나다 내 자국 학생 1만 5천여명을 다른 국가로 이주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가 보도했다.
사우디 국적기 사우디항공도 오는 13일부터 캐나다 토론토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양국 갈등은 사우디 당국이 지난주 여성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과정에서 캐나다 시민권자인 여성 운동가 사마르 바다위를 비롯한 유명 인권운동가들을 체포한 게 발단이다.
바다위는 사우디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2년 여성의 날에 '용기 있는 세계 여성상'을 받은 유명 여성 운동가다.
그의 남동생 라이프 바다위도 2012년 이슬람교 예언자 모하마드와 고위 성직자를 조롱한 웹사이트를 만든 혐의로 사우디 교도소에 수감됐다.
사우디 당국의 이런 조치에 캐나다 외무부는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낸 성명에서 "모든 평화적 인권운동가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사우디 당국에 촉구한다"고 언급했고, 이에 사우디 외무부가 "내정간섭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양국 간 갈등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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