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 매년 건군절 전야 대거 승진 관행 깨
"충성파 중시 시진핑 인사관행 불만세력에 '경고'" 관측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그의 최대 권력 기반인 중국 군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빈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후 매년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기념 건군절인 8월 1일 전야에 상장(대장 격) 승진을 포함한 대규모 군 지휘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시 주석 집권 후 상장으로 승진한 중국군 장성은 모두 29명인데, 이 가운데 27명이 건군절 전날 승진했다.
시 주석은 매년 건군절 전날 밤 인민해방군 최고 지휘부인 중앙군사위원회 청사에서 상장 승진자들에게 직접 임명장을 건네면서 군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하지만 올해 건군절 전야에는 시 주석과 중국군 지휘부가 만났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은 것은 물론, 상장으로 승진한 장성이 아예 한 명도 없었다.
상장 승진 대신 시 주석이 군부에 전한 것은 '꾸짖음'이었다.
시 주석은 건군절 전날 열린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더욱 엄격한 군 관리 및 전투태세 확립이라는 군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며 올해 연말까지 군대가 영리활동을 중단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 군부는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부동산 개발, 병원 운영, 예술단 공연 등 각종 수익사업을 통해 군대 운영 자금을 마련했으며, 군 장성들은 이를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시 주석은 군 개혁 차원에서 군대의 영리활동 중단을 추진해 왔는데, 그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못 박아 군부를 압박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시 주석의 행보에 중국 관가 주변에서는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민해방군 로켓군에서 복무했던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건군절 전야에 상장 승진자를 발표하는 것이 시 주석의 '의무'는 아니다"며 "이는 상장으로 승진할만한 자격을 갖춘 장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 결정될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장으로 승진할 만한 자격을 갖춘 장성을 찾기 힘들어 승진 인사 발표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100명을 훨씬 넘는 중군군 중장 중에서 상장 승진 자격을 갖춘 장성을 찾기 힘들었다는 얘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시 주석이 '심복'으로 삼을 만한 상장 승진자를 찾지 못해 승진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이 능력 위주의 군 지휘부 개편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실제로 최고 계급인 상장으로 승진한 장성의 면면을 보면 시 주석이 근무했던 푸젠(福建), 저장(浙江) 성에서 그와 사적인 인연을 맺었거나,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陝西) 성 출신인 장성이 많다.
시 주석이 당이나 행정부에서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을 중용한 것처럼 군부에서도 그에게 충성할 장성을 기용했으나, 이번에는 그러한 장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홍콩의 시사 평론가 류루이샤오(劉銳紹)는 "중국 군부에는 사적 인연을 중시하는 시진핑의 인사 관행에 대한 불만 세력이 있다"며 "시 주석이 이번에 상장 승진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불만 세력에 대해 자신이 중앙군사위 주석으로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킨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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