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열섬효과 더해져…기상청 "30일 이상 지속할 수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시민들이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해 이달 7일까지 벌써 21일째 지속하며 시민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은 이 열대야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날을 '열대야 지속일수'로 관리하는데 올해 부산이 전국에서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부산을 제외하고는 제주가 19일로 가장 길고 경기·인천·강원 등 중부권역에서는 대전과 청주가 18일째 열대야가 지속하고 있다.
올해 부산 열대야 지속일수 21일은 같은 기간 동안 열대야가 지속한 1994년과 함께 역대 최장 기록이다.
8일부터는 1994년의 기록도 경신할 전망이다.
부산에 열대야가 유독 길게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재은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관은 '복사냉각' 효과가 작은 해안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도심 열섬효과', '일찍 끝난 장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복사냉각은 입사한 태양열을 지표면이 튕겨내며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하는데 해안은 내륙이나 산지보다 온도가 서서히 떨어진다.
내륙과 산지를 열이 빨리 올랐다가 빨리 식는 '냄비'에 비유한다면 해안가는 소위 '뚝배기'로 비유된다.
유 예보관은 "바닷물은 열용량이 커 수온이 천천히 내려가기 때문에 밤에도 높은 기온이 유지된다"면서 "여기에 부산의 경우 도심의 인공 열과 대기오염 물질 등에 의한 열섬효과까지 더해져 열대야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올해 부산은 역대 3번째로 열대야가 빨리 시작되기도 했다.
유 예보관은 "보통 남부지방 장마가 7월 23일에서 24일에 종료되는데 올해는 7월 9일에 종료하며 열대야가 일찍 찾아왔다"면서 "게다가 중간에 열대야를 끊어주는 비나 태풍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열대야 일수는 증가하고 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부산 열대야 평균이 연 14.1일에 불과했지만 최근 10년간은 19.8일로 증가했다.
열대야 지속일수도 2위를 제외한 상위 5개 해가 2000년도 이후여서 열대야 일수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부산의 열대야는 30일 이상 지속할 가능성도 있어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유 예보관은 "17일까지의 중기예보를 보면 최저기온이 계속 25도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장기예보를 봐도 이달은 평균 기온보다 무더운 날이 많은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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