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제재면제 절차 간소화
장기억류 웜비어 사망 여파로 한시적 여행 금지…북한, 세계 유일의 미국인 여행금지국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북한에 "작은" 올리브 가지를 내민 셈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달 말로 시한이 다가온 자국민에 대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도 연장하지 않음으로써 북한 여행을 허용하게 될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1일 자로 미국 여권 소지자들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발효하기 한 달 전인 8월 2일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이름으로 이를 관보에 예고하고 "국무장관이 연장하거나 중도 철회하지 않으면" 1년간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이달 말 종료되지만, 관보에 연장 예고 게시는 아직 없다.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여행 시 주의, 경고 등의 조치를 한 나라들은 많지만 여권 무효화 방식으로 아예 금지한 나라는 현재 북한이 유일하다.
국무부는 지난해 관보에서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이유로 "(북한 당국에) 체포 및 장기 억류될 심각한 위험성"을 들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으로 북미 관계가 극도로 긴장하는 가운데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에 귀환했으나 끝내 숨진 데 따른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군사 긴장이 완화되고 북미 관계도 대화와 협상으로 전환하면서 지난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때 북한은 그때까지 장기 억류하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모두 석방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정부 관리, 언론인, 대북 인도주의 활동가 등의 경우 사안별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북한 방문용 별도의 단수여권을 발급해 예외를 인정했으나, 특히 의료 지원 등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관보 게재 이틀 뒤인 4일 이 조치를 "우리를 적으로 보는 미 행정부 시각의 반영"이라고 비난했었다.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 절차의 간소화 방안을 마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뒤에도 이 지침은 "오로지 긴급하고 생명을 구하는 인도주의적 활동들"에 한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적용될 것이며, 안보리의 기존 대북 제재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안보리의 제재 면제 절차 간소화로 결핵 진단기와 치료제를 비롯한 의료 지원품과 영유아를 위한 식량 구호품의 북한 반입이 다소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대북 여행금지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미국 의료진 등 대북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북한 내 활동도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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