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복원됐으나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이란 외환 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리알화의 환율은 9만 리알로 전날 9만5천리알보다 5.2% 하락했다.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한 지난달 30일(11만8천리알)과 비교하면 무려 한주 만에 달러당 환율이 23.7%가 떨어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기 전(5만5천리알 안팎)보다는 약 60% 높긴 하지만 제재로 우려됐던 '환란'은 일단 현실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테헤란의 환전소가 밀집한 페르도시 거리의 한 환전소 사장은 연합뉴스에 "이르면 7일 오후부터 환전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면서 "달러당 8만5천 리알로 시장 환율이 형성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는 이란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대비해 리알화 가치를 방어하는 대책이 일시적이지만 외환 시장이 안정되는 데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4월 외환 거래를 중앙은행이 강하게 통제하는 대책을 내놨다가 암시장만 부풀리고 리알화 가치가 오히려 급락하면서 실패로 돌아가자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긴급히 수정했다.
4월 금지했던 사설환전소의 환전 영업을 다시 허용하고, 외국에서 이란으로 들여오는 금과 달러, 유로화의 상한을 풀었다.
또 달러화 예금 계좌를 일반인도 열 수 있도록 해 '장롱 속 달러'를 시중으로 끌어들여 외화 유동성을 높이는 대책도 내놨다. 의약품, 식료품과 같은 필수적인 품목을 수입할 때는 달러당 4만2천리알로 달러화를 수입업자에게 할당하기로 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 밤 국영방송을 통해 "달러화 예금 계좌에 달러화를 예금하면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달러로 지급하겠다"며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신뢰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간 제한적으로 달러, 유로화 계좌가 운용됐지만 외화로 예금해도 인출할 때 약관을 어기고 리알화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란중앙은행도 4월부터 집중적으로 단속했던 고시 환율 이외의 환전에 개입하지 않고, 암시장을 합법 환전소로 유인해 양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간 이란 정부가 리알화 가치를 방어하는 대책을 내놓은 직후 환율이 조정됐다가 번번이 재상승한 만큼 앞으로 미국발 제재의 위력이 본격화하면 리알화의 가치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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