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전국 75곳 찾아간 그림 기록

입력 2018-08-07 16:56  

'평화의 소녀상' 전국 75곳 찾아간 그림 기록
김세진씨 104일간 전국 기행한 그림과 기록, 책으로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우리나라 75곳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을 찾아다니며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 나왔다. 김세진(31) 씨가 펴낸 그림에세이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보리출판사).
김 씨는 지난해 5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104일간 전국 각지에 있는 소녀상을 만나고 그 현장을 기록한 그림을 이 책에 담았다.
상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부를 다니던 그는 2016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 지킴이 활동으로 처음 사회 참여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상 옆에 있던 그에게 한 시민이 "전국에 있는 소녀상이 몇 개인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 순간 정작 자신이 소녀상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그 시민이 건네준 '전국 소녀상 지도'를 보고 이 소녀상들을 일일이 찾아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어 달 동안 공장 건설 현장에서 돈을 벌고 틈틈이 전국 소녀상 위치를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15일 마침내 길을 나섰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시작으로 경상, 전라, 충청, 강원, 경기를 거쳐 서울까지 모두 75곳에 선 소녀상을 찾아갔다.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소녀상 옆에서 잠을 자며 '소녀상 지키기 노숙농성'을 했다.
그는 이 활동을 시작하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소녀상을 지키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지역별로 건립 장소와 모양새가 조금씩 다른 소녀상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소녀상 건립 역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광명 나눔의집에 처음 소녀상이 세워지고, 2011년 말 '수요집회' 1천 회를 기념하기 위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두 번째 소녀상이 세워졌다. 그 뒤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고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뜻을 모아 전국에 소녀상을 잇달아 세웠다.
작가는 지난해 5월까지 들어선 소녀상을 기준으로 그림 기행을 시작했는데, 기행을 하는 중에도 소녀상이 계속 세워져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일정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작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11개 소녀상이 있다. 작가는 소녀상이 선 위치, 건립 날짜, 소녀상을 만든 작가, 공공조형물 지정 여부를 조사해 책 뒤에 부록으로 실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전국을 다니며 일궈낸 값진 기록이다.



소녀상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각자 개성을 지녔다. 돌로 만든 토템 같은 투박한 소녀상(경남 통영), 댕기 머리를 한 소녀상(전남 나주), 뒷모습을 보여주는 소녀상(경기 부천), 한국과 중국 소녀가 함께 있는 다국적 소녀상(서울 성북)처럼 지역마다 표정도, 자세도, 배경도 다 다르다.
작가는 이 책에 소녀상 그림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특색 있는 소녀상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건립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기록했다.
작가는 이 책을 내며 "소녀상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제가 보고 온 것을 함께 보아 주셨으면 한다. 소녀상은 세대와 성별, 지역을 뛰어넘어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표현되지만,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 책이 12·28 한일합의 폐기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끌어내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다면 계속 행동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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