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올림픽평의회, IOC 기준 준용 고수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오는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남북이 독도를 표기한 한반도기를 사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남북은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독도를 넣은 한반도기 사용을 그간 강력하게 요구해왔으나 이를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OCA는 남북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기준을 준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사실상 독도 표기 한반도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대회 개막이 11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남북은 조만간 한반도기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농구, 카누 드래곤보트, 조정 3개 종목 남북단일팀 공동 훈련을 위해 방남한 북한 체육계 고위 인사에게 OCA의 방침을 전달하고 북측의 최종 답변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에 정통한 한 체육계 인사는 "우리 측 명의로 1차례, 북측 명의로 1차례, 남북 공동명의로 한 차례 등 세 차례 OCA에 독도 표기 한반도기의 사용을 승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은 6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OCA,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모인 4자 회의에서 남북단일팀 종목을 3개로 확정하고 독도 표기 한반도기 활용도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이에 앞서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훈풍을 타고 지난 6월 체육회담에서 아시안게임 공동입장 때 들고갈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독도 문제를 정치·외교 이슈로 부담스러워한 IOC와 OCA의 소극적인 태도 탓에 올해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이 뜻을 이루긴 어렵게 됐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실효 지배 중인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겨 전략적으로 국제분쟁화했고, 이는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도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와 개회식 공동입장 단복에 붙일 한반도기 패치에 독도를 삽입하는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다가 개회식 4시간 전에서야 극적으로 뜻을 모았다.
IOC의 권고와 1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 결론에 따라 독도를 뺀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남북은 시간에 쫓긴 평창동계올림픽 때와 달리 이번엔 공동 합의를 거쳐 백방으로 독도 한반도기를 추진했으나 OCA의 지지를 얻어내진 못했다.
2020 하계올림픽이 일본 도쿄에서 열려 IOC나 OCA의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 국제 대회에서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를 쓰기로 남북이 1991년 합의한 사실 등이 남북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최초로 단일팀을 결성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반도기에 제주도를 빼고 서쪽 끝 마안도, 동쪽 끝 독도, 남쪽 끝 마라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른바 지바 합의를 도출했다.
이 합의는 이후 한반도기 사용의 기준이 됐다.
합의와 달리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에선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가 등장했다.
일본이 끊임없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함에 따라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해야 한다는 정서가 확산한 결과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엔 남측 100명, 북측 100명으로 구성된 200명의 남북 선수단이 '코리아(KOREA)', 영어 약어 표기 COR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입장한다.
남북이 공동입장할 때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 울려 퍼질 노래는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이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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