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택용 전력단가 8월이 10월보다 28% 비쌌다…여름에 부담 증폭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전기요금 누진제의 영향으로 여름철에 가정용 전력 단가가 치솟지만, 정부 통계는 이를 반영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용 전력가격을 토대로 산정하는 전기요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89.83으로 20개월째 변동이 없다.
한국전력[015760]의 주택용 전기요금 산정방식이 달라지지 않았으니 전기요금의 소비자물가가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통계와 달리 가계가 실제로 부담하는 전기요금 물가는 계절에 따라 월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전력이 최근 발행한 '2017년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택용 전력판매 단가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8월(청구월 기준, 이하 동일)로 1㎾h에 127.43원이었다.
반면 작년에 주택용 전력 단가가 가장 쌌던 시기는 10월로 1㎾h에 99.25원이었다.
가정에서 쓴 작년 8월 전력은 10월 전력보다 약 28.4% 비쌌던 것이다.
주택용 전력판매 단가가 계절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사용량에 따라 가격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3단계 누진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으로 주택용(저압) 전기요금 중 실제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전력량 요금은 월 사용량이 200㎾h 이하인 1구간의 경우 1㎾h당 93.3원이었다.
2구간(201∼400㎾h)은 ㎾h당 187.9원, 3구간은(400㎾h 초과) ㎾h당 280.6원이 부과됐다.
기본요금도 월 사용량에 따라 1구간에 해당하면 910원, 2구간이면 1천600원, 3구간이면 7천300원으로 각기 다르게 적용됐다.
전력 단가는 전력판매수입을 판매전력량으로 나눈 것으로 단위 전력량의 가격, 즉 전력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전력사용량이 늘고 누진효과와 맞물려 전력 단가가 올라가는 시기에 가계가 부담하는 전기요금 총량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실제로 작년 8월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717만8천603㎿h로 같은 해 10월보다 39.4% 많았는데, 8월 전력판매 수입은 9천147억6천973만8천원으로 10월보다 79.0%나 더 많았다. 전력 판매수입은 가정이 부담한 전기요금을 의미한다.
이른바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해 폭염에도 제대로 냉방을 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고충을 고려하면 20개월째 전기요금 물가가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기요금 물가지수에 연평균 사용량이 가중치로 반영됐으나 월별 전력 단가 변화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서 "전기료 물가지수는 국제 기준에 맞게 작성한 것이다. 계절이나 월별 사용량에 변화에 따른 단가 차이를 통계에 반영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반응했다.
통계청의 물가지수가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와 괴리됐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것에 관해 최근 황수경 통계청장은 "체감물가는 일반 시민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라며 "가격 하락보다 가격 상승에 민감한 측면이 있고 측정상 심리적 요인 등에 의해 공식물가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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