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키르 대통령-마차르 부통령 충돌 재발 우려…3개월내 과도정부 구성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내전의 피비린내 속에서 남수단 정부와 반군 지도자가 세 번째 권력분점에 합의했지만, 과거의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남수단 정부의 살바 키르 대통령과 반군 측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이웃국 수단에서 평화협정 조인식을 하고 2011년 독립 이래 대통령과 부통령으로서 3번째 권력분점에 합의했다.
이날 조인식은 수도 주바에서부터 외곽의 난민캠프에 이르기까지 지난 5년간 내전의 고통을 겪은 모든 남수단 국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반군 지도자인 마차르가 제1 부통령으로 복귀하고 정부에 합류하더라도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 마차르와 키르 대통령이 힘을 합쳐 화합 정국을 운영하려던 시도는 언제나 혼란과 충돌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바 주재 한 외교관은 "키르 대통령은 마차르와 일할 생각이 없다고 회의 석상에서 항상 밝혀온 터라 실질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라고 7일 AFP 통신에 전했다.
이 외교관은 그러면서 키르 대통령이 이번 협정에 이르기까지 주위의 강권에 시달렸다고 소개했다.
키르와 마차르는 모두 1983~2005년 기간 남수단이 수단과 내전을 치를 당시 반군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하고서 대통령과 부통령에 올랐다.
키르는 남수단 최대부족인 딩카족 출신이며 마차르는 경쟁 부족인 누에르족 출신이다.
키르 대통령은 그러나 2013년 쿠데타를 모의한다며 마차르를 부통령직에서 쫓아냈고 이들 두 지도자를 각각 따르는 세력들이 충돌하면서 종족 분쟁의 소용돌이로 빠졌다.
이들 두 지도자는 지난 2016년 평화협정을 맺고 두 번째 권력분점에 들어갔으나 수개월 뒤 또다시 충돌이 벌어져 마차르는 결국 측근들을 이끌고 인근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피신했다.
영국 채텀하우스에서 '아프리카의 뿔'(북동부 아프리카 일대를 이르는 말) 지역을 연구하는 아흐메드 솔리만은 그동안 행해진 폭력의 수위를 고려할 때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며 정부를 꾸려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협정은 우간다와 수단이 중재했다. 수단은 현재 경제 위기를 겪고 있어 남수단으로부터 생산되는 석유를 다시 자국으로 흘러오게 해 경제를 살려야 하는 입장이다.
내전이 해를 거듭할수록 반군 숫자가 늘어나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분쟁 당사자들은 5명의 부통령과 35개의 장관직, 그리고 55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국회를 갖춘 정부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다만 마차르가 이번에 서명한 평화협정에 명시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며 이번 협상에서 배제된 또 다른 반군 그룹들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키르 대통령은 이번 협정이 절대 "파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비대해진 정부에 대해 벌써 불평을 늘어놓으며 경호원과 차량, 주택 등 5명의 부통령을 꾸려가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운영 자금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양측 군인들을 수용하는 군 시설 문제, 마차르의 무사 귀환을 보장하는 일, 국정운영과 화해를 이루는 데 필요한 세부 사항 등 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분쟁 당사자들은 이제 최종적으로 평화정착을 위한 조건들에 합의하고 3개월 이내에 과도정부를 구성해 3년간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한편 지난달 27일 휴전에 합의한 후 남수단 폭력사태는 크게 줄었다고 한다.
주바의 외교관은 "우리는 전투가 많이 줄어든 것을 목격했다. 분쟁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예전과 같은 규모는 아니다"라며 "전투가 멈추기만 하면 주민들은 일상을 이어갈 수 있고 우리는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크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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