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개발붐에 따른 '샌드 러시'로 메콩 삼각주 신음

입력 2018-08-08 11:22  

베트남 개발붐에 따른 '샌드 러시'로 메콩 삼각주 신음
전문가 "무분별한 모래채취 계속되면 200년내 삼각주 사라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월 중순 그러니까 설인 뗏(Tet) 전날 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밤 10시쯤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집 벽에는 금이 가 있었다. 그리고 불과 몇 분 사이에 집이 강물 쪽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베트남 안장 성 첸안현에 사는 응우옌 반 후이 씨는 티엔 강가에 있던 자택이 순식간에 강물 속으로 무너져 내리던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호찌민으로부터 남쪽으로 200㎞.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댄 '메콩 삼각주'에 속한 첸안 현 인근에서는 모래 준설로 후이 씨처럼 황당한 일을 겪은 이들이 수천 명에 달한다.



이들이 겪은 공포는 베트남의 개발붐에 편승해 메콩 삼각주 지역에서 이뤄지는 무분별한 모래 채취가 원인이다.
베트남의 메콩 강 하류 지역에는 수없이 많은 준설선이 강바닥을 파내고 있다.
이 때문에 강가에 사는 주민들의 집과 농장, 양어용 연못은 물론 강둑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개발 붐을 탄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이런 무분별한 모래 채취는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환경 훼손 우려 속에 진행됐던 '샌드 러시'와 다를 바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2005년 본격화한 베트남의 샌드 러시는 메콩 삼각주 지역의 강 흐름은 물론 강 유역의 생태계 지도마저 바꾸고 있다.
특히 강둑과 모래밭이 무너지거나 사라지면서, 세계 최대 쌀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이곳의 농토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남부 동탑 성에서 안장 성을 따라 흐르는 티엔 강 근처에서는 모래 채취업자들이 파내 쌓아놓은 크고 작은 모래성이 수없이 목격된다.
베트남 정부가 불법 모래 채취 행위를 단속하지만, 베트남 건설 붐을 탄 모래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불법 모래 채취 및 거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단속에 걸려 최근 모래 채취를 중단한 응우옌 반 투(39)씨는 "모래 사업이 아주 좋았다. 한 달에 1만3천 달러(약 1천460만 원)를 버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모래를 퍼내 팔면 그만인 아주 쉬운 돈벌이였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모래 채취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래가 빠져나가면서 낮아진 강으로 바닷물이 역류하는 현상도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지역 생태학자인 응우옌 후 티엔은 "베트남은 지난 15년간 891㎞에 달하는 해안 및 강 유역의 모래밭을 잃었다.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콩 삼각주 주민에게 모래는 영토나 다름없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모래 채취가 계속되면 향후 200년 안에 메콩 삼각주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트남 재난방지 당국이 최근 발표한 메콩 삼각주 지역 지도를 보면 모래 채취로 인한 침식 지역은 562곳에 달하며, 이 가운데 55곳의 침식 상태는 아주 심각하다.
유네스코와 스톡홀름 환경연구소는 공동 연구를 통해 메콩 강 유역의 댐 건설과 모래 채취의 영향으로 하류 삼각주 지역 침전물의 94%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건설용 모래 수요는 21억∼23억㎥에 달하지만, 채취 가능한 모래의 양은 20억㎥에 그쳐 심각한 모래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앞으로도 환경과 거주지를 위협하는 모래 채취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베트남 껀터 대학 환경변화연구소의 르 안 투안 부소장은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강물이 강둑을 집어삼킬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제 모래를 대체할 다른 건설 자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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