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일자리창출→미래성장 기반 확충 '선순환' 추진
"내부 위기감 반영…지속가능성·실현가능성·적정성 등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이 8일 발표한 총 18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의 키워드는 '반도체'와 '미래성장 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반영해 '기존 주력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와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사업의 기반을 확충하는 '선순환 로드맵'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3년간 국내에서만 130조원을 비롯해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이 가운데 25조원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에 집중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 경영진은 경기도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들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내부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올 초부터 주요 경영진이 모여 지속 가능성, 실현 가능성, 투자 규모의 적정성 등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왜 또 반도체인가 =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초(超) 지능'과 '초 연결'로 상징된다.
초지능과 초연결의 핵심 기술은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압축되고, 이를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분석을 위한 AI 컴퓨터 서버에는 D램이 필요하고,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터에는 낸드플래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데이터의 원활한 저장과 처리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만큼 반도체의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입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반도체 투자가 필수불가결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13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이면에는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와 미래 성장동력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2개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미래먹거리' 확보 = 삼성이 이날 내놓은 투자 계획에는 AI와 5G, 전장부품 등이 포함됐다.
AI는 반도체와 IT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만큼 연구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지난 2월 초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잇단 해외출장에서 AI 관련 시설을 방문한 뒤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넥스트 Q 펀드'를 발족시킨 것도 같은 의도다.
5G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을 계기로 칩셋과 단말, 장비 등 인프라 전 분야에서 투자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야다.
최근 미중 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와중에서 삼성전자의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는 점에서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선정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장부품은 이미 이 부회장 주도로 인수한 미국 '하만'(Harman)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삼성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에 적합한 분야로 꼽힌 것으로 보인다.
◇ '대한민국 약점' 소프트웨어 인적기반 구축 '선도' =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12개 산업 가운데 가장 인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한 '취약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방문기간 현지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을 통해 "인도가 강한 세계적인 기초과학과 소프트웨어 기술, 한국이 강한 응용기술과 하드웨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지난 1992년부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우수 대학생을 육성하는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날 청년 취업준비생 1만명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국내외 고용시장에서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가장 큰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진행하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 실행함으로써 신성장 동력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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