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안 받은 차 운행하려면 안전진단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윤보람 기자 = 정부가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리콜 대상 BMW 차량에 대해 '운행중지'라는 사상 초유의 고강도 처방을 내릴 경우 해당 차주들은 당분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긴급 브리핑을 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BMW코리아는 화재 위험이 있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이 장착된 42개 차종 10만6천317대에 대해 20일부터 모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에 쌓인 침전물을 청소하는 리콜에 나설 예정이다.
BMW코리아는 이에 앞서 예방적 조처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긴급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리콜 이전에 화재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해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내시경 장비로 화재 위험성을 진단하는 것이다.
BMW코리아는 안전진단을 통해 화재 위험이 큰 차를 가려내고, 이런 차량에는 부품 교체와 청소를 해주고 있다.
다만 교체용 EGR 부품의 수급 문제로 일부 차량은 화재 위험이 크다고 판정받았지만, 아직 수리는 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신 이런 차량의 차주에게는 렌터카를 빌려줬다.
정부의 이번 운행중지는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은 차, 또는 위험 판정을 받았으나 아직 수리하지 못한 차는 운행을 못 하도록 해 운행 중 화재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은 당초 의무사항은 아니었지만 운행중지 명령이 내려질 경우 리콜 대상 BMW를 운행하려는 차주는 서둘러 안전진단을 받을 수 밖에 없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전화나 문자메시지, 편지 등을 통해 고객들이 안전진단을 받도록 최대한 권유하고 있다"며 "열심히 정부와 협조해서 이미 시행 중인 안전진단과 렌터카 지원 서비스 등이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리콜 대상 BMW를 운행하려면 리콜을 통해 문제의 EGR 모듈을 교체해야 한다.
BMW는 20일부터 리콜에 나설 계획이어서 15일부터 운행중지가 시행된다면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는 최소한 5일간 도로에 몰고 나올 수 없다.
리콜 작업이 시작돼도 한꺼번에 차량이 몰릴 경우 리콜 신청 후 실제 부품 교체·청소 작업을 받을 때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다.
또 교체 부품인 신형 EGR 모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리가 지체되면 운행중지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운행중지 명령을 어기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방안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서 대상 차량 소유자에 귀책사유가 없어 형사처벌 등은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차량 운행을 강행했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 소유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토부는 경찰의 협조를 얻어 운행중지 차량에 대해 단속에 나설 수도 있다.
리콜 대상 BMW 차주들은 당장 불편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차량 소유자는 "정부 조치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30대 가까운 차량에서 화재가 날 때까지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시민들의 불안감이 팽배해지자 뒤늦게 차주들의 불편을 담보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리콜 대상이 아닌 BMW를 보유한 김모(36)씨도 "리콜 대상이 아니어도 BMW라는 것만으로 주차장에서 차를 댈 때 눈치를 보게 된다"며 "정부 방침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운행중지가 확정되면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 소유자들까지 도로 위에서 눈치를 보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BMW 차주가 아닌 사람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박모(43)씨는 "차주들은 불편을 겪겠지만 다른 시민들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모(38)씨도 "오늘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BMW를 봤는데 갑자기 불이 나면 어쩌나 걱정돼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됐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운행중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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