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언론들 입수해 보도…10∼20대 테러범들 자살폭탄조끼 두르고 웃음
고성능 폭탄 제조하던 은거지, 영상 찍고 며칠 뒤 폭발로 무너져
폭발사고로 주범 숨지자 다른 일당, 차량돌진 연쇄 테러 벌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작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원에서 16명을 숨지게 한 이슬람 극단주의 연쇄 테러의 주범들이 생전에 은거지에서 사제폭탄을 제조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웃는 모습이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라방가르디아와 엘파이스는 테러범들이 작년 8월 17∼18일 바르셀로나 구도심 거리와 캄브릴스에서 차량 돌진 테러를 자행하기 사흘 전에 스페인 남부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 테러를 준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을 입수해 보도했다.
테러범 유세프 알라는 붉은 색 나이키 티셔츠 위에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이 영상을 찍고 며칠 뒤에 같은 장소에서 폭발 사고로 숨졌다.
엘파이스에 따르면 이 영상에서 한 테러범은 "고통받아라, 알라의 적들이여!"라고 외쳤고, 다른 한 테러범은 "이 철의 모든 파편이 너희와 너희 자식과 아내의 머릿속에 박힐 것"이라며 "이것은 알라의 적들에게 우리가 선사할 독"이라고 말했다.
영상이 촬영된 곳은 12명으로 구성된 테러범들이 고성능 폭탄을 제조하다가 부주의로 폭발 사고가 일어난 스페인 남부 알카나르의 한 주택이다.
이들은 범행에 쓸 고성능 액체폭탄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를 이곳에서 제조하다가 부주의로 폭발이 일어났고, 유세프 알라와 이슬람 성직자(이맘) 압델바키 에스 사티가 숨졌다. 경찰은 이 사고로 숨진 압델바키 에스 사티가 주로 모로코 이민자 가정 출신인 테러범들을 배후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이들의 은거지였던 주택에서는 100여 개의 부탄가스통과 다량의 폭발물질이 발견됐다. 이들이 촬영한 영상에서도 폭탄과 가스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작년 8월 1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 등지에서 이들이 저지른 연쇄 차량 테러로 16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 청년 등 12명으로 구성된 집단의 연쇄 테러극은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의 운전자로 지목된 유네스 아부야쿱(22)이 8월 21일 바르셀로나 서쪽의 와인 농가 인근에서 경찰에 사살되면서 나흘 만에 막을 내렸다.
이들은 차량에 폭탄을 가득 싣고 바르셀로나 성가족 대성당 등 인파가 집중되는 곳에서 테러를 벌이려 했으나 폭발 사고로 폭탄이 사라지고 핵심멤버들이 죽자 차량돌진 방식으로 수법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테러범들은 작년 8월 17일 오후 5시께 바르셀로나 구도심의 람블라스 거리에서 차량을 돌진시켜 무고한 시민 13명을 죽이고 100여 명을 다치게 했다. 이들은 여덟 시간 뒤인 8월 18일 새벽 인근의 캄브릴스에서도 추가 차량 테러를 일으켜 1명이 숨지게 했다. 이어 부상자 2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캄브릴스에서는 경찰의 작전 과정에서 5명의 테러 용의자가 사살됐으며, 차량에서는 도끼와 흉기, 가짜 자살폭탄 조끼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폭발 사고로 무너진 이들의 은거지 건물 잔해에서 수거해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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