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싱 받았다면 뉴스 이미 새나갔을 것"…사기행위 지적도
사우디 국부펀드·중국계 펀드 '잠재적 돈줄' 가능성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상장폐지 검토 발언으로 미국 증시가 한바탕 요동친 가운데 월가 분석가들이 자금 확보와 투자자 지지, 주주들의 거취를 세 가지 의문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머스크는 전날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약 47만 원)에 비공개회사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은 확보돼 있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 성장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는 논리를 폈다. 자신이 만든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모범 사례로 들었다.
테슬라 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머스크의 제안을 평가하기 위한 후속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 중에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선 자금 확보 문제를 들었다.
머스크는 자금을 확보했다고 못 박았지만 주당 420달러에 테슬라 주식을 전부 매수하려면 산술적으로 710억 달러(약 80조 원)의 거액이 필요하다.
USB 애널리스트 콜린 랭건은 CNBC에 "이런 류의 뉴스를 트위터를 통해 발표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전직 증권거래위원장에 의하면 테슬라가 만일 파이낸싱을 해뒀다면 사기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랭건은 "(자금을 확보하려면) 수많은 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테슬라가 자금을 확보했다면 이 그 뉴스(상장폐지)는 새나가도 한참 새나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릴 린치의 존 머피 분석가는 "궁극적으로 자금 확보 발언은 세 가지 잠재적 돈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이고 두 번째는 현재의 투자자들, 그리고 마지막은 중국 정부 또는 중국 관영 투자펀드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근 사우디 국부펀드가 테슬라 지분 상당량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테슬라 측은 머스크의 자금 확보 발언에도 세부 내역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어 의문을 키우고 있다.
머스크가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CNBC는 내다봤다.
머스크는 연이어 올린 트윗에서 "투자자 지지는 확인됐다. 유일하게 불확실한 이유는 주주 투표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의 라이언 브링크맨은 머스크의 트윗에 대해 "놀라운 건 이런 발언에 어떤 구체성도 없다는 것"이라며 "누가 (지지를) 보장해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5억 달러 이상의 테슬라 지분을 보유한 배런캐피털은 테슬라의 비상장회사 전환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주주들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이들이 웃돈(프리미엄)을 차익으로 남기고 테슬라 주식을 전부 내다 팔지, 머스크의 바람대로 회사의 미래를 믿고 장기 투자자로 남을 것인지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베른스타인 애널리스트 토니 새커너기는 CNBC에 "증권 담당 변호사들에게도 문의해봤는데 상장폐지가 되는 상황에서도 단기 투자자들이 계속 주식을 손에 쥐고 있는 사례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코언의 한 분석가는 "부채 문제도 있다. 테슬라의 부채는 비공개회사 전환으로 회피하려는 규제를 다시 옭아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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