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앤다∼이아∼이아∼윌 올웨이즈 러뷰∼' 1990년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소절을 흥얼거렸을 것이다. 영화 '보디가드' 주제곡 'I will always love you'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보디가드가 개봉한 1992년 전 세계는 주연 여배우이자 이 노래를 부른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사담 후세인이 이 노래를 자신의 '선거송'으로 사용했을 정도다.
감미로우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 천재적인 곡 해석, 정교한 감정처리는 신이 내린 재능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그는 '팝의 여왕'에 등극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영원히 '디바'로 남을 것만 같았던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코카인 흡입에 이은 익사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디바의 죽음은 미국인은 물론 '앤다∼이아∼'를 흥얼거린 수많은 한국인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휘트니 휴스턴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난 2015년. 동료였던 니콜 데이비드와 매니저이자 올케인 팻 휴스턴, 오프라 윈프리 쇼의 공동 프로듀서로 그를 인터뷰한 리사 에스파머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무대 위 스타가 아닌 한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다. 이들은 당대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꼽히는 케빈 맥도널드를 찾아갔고 휘트니 휴스턴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는 그렇게 탄생했다.
케빈 맥도널드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1천500개가 넘는 비디오테이프와 250여 개 마스터 영상, 2천여 개 스틸 영상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휘트니 휴스턴의 영상과 그의 가족, 친구, 동료 등 30여 명의 인터뷰를 엮어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냈다.
맨도널드가 인터뷰한 인물 중에는 전남편 바비 브라운을 비롯해 보디가드에 상대역으로 출연한 케빈 코스트너 등이 포함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인물들은 대중이 알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은 휘트니 휴스턴의 진솔한 모습을 전한다. 특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의 우정은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전 세계가 사랑한 슈퍼스타였지만 끊임없이 가십에 시달리며 지독한 외로움을 느낀 휘트니 휴스턴을 이해해준 사람은 같은 처지에 있던 마이클 잭슨이었다.
두 사람은 호텔 로비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고 한다. 동병상련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였다.
케빈 맥도널드 감독은 휴스턴 노래 27곡을 영화에 삽입했다. 그는 라이브 공연 실황과 연습실 녹화 영상, 미발표 음원 트랙 등을 통해 천상의 목소리를 소환한다.
1991년 NFL 슈퍼볼 경기에 앞서 미국 국가를 부른 영상도 포함됐다. 슈퍼볼에서 국가를 부르는 것은 그해 최고의 가수로 공인받는 것을 의미한다. 휘트니 휴스턴 이전 미국 가요계에서 흑인 여가수는 온갖 차별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는 오직 실력으로 유리 천장을 깨부순 것이다.
비록 불행하게 삶을 마쳤지만 이 영화의 존재는 그가 생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를 아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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