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인 체제' 비판 속에 조장 지위 리커창에 양보?
(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미국이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정조준하며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핵심기술 육성을 위한 과기영도소조를 설립했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기존 '국가과기교육영도소조'를 '국가과기영도소조'로 개편하고 리커창 총리를 조장, 류허(劉鶴) 부총리를 부조장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국무원은 이 소조가 국가의 과학기술발전전략과 규획, 중대정책 연구와 심의, 중대 과기임무와 프로젝트 심의, 국무원 각 부서와 지방간 과학기술 중대 사안에 대한 협업 조율 등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기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왕즈강(王志剛) 과기부장이 겸임하면서 일상업무를 지휘하게 된다고 국무원은 밝혔다.
중국이 국가과기영도소조를 개편 발족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속에 드러난 핵심기술 부재가 향후 중국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첨단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핵심 타깃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최대 통신장비업체 가운데 하나인 ZTE(중싱<中興>통신)가 미국의 반도체 등 핵심부품 수출 금지조치로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충격을 받았다.
중국은 과기영도소조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전선에서 취약점으로 드러난 핵심기술 육성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이번 소조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조장을 맡지 않고 리커창 총리가 조장을 맡은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집권이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재경영도소조를 비롯한 주요 당정 기구의 조장 역할을 자임해왔지만 이번에는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핵심기술 육성이 향후 중국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됐는데도 불구, 리 총리에게 조장 지위를 양보했다.
국무원 발표시점이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휴가를 겸한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 기간에 나온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시 주석의 '1인 체제'에 대한 내부 비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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