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세' 이어 주택시장 악재 겹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속속 올려 평(3.3㎡)당 1억 원을 넘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홍콩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꺾일지 주목된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7일 홍콩 씨티은행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이어 8일에도 HSBC은행, 중국은행, 항셍은행, SC은행, 극동은행 등 홍콩 내 주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13일부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HSBC은행은 홍콩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22.9%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행과 항셍은행은 각각 15.8%, 14.6%를 차지한다.
융룽(永隆)은행과 중국건설은행은 이보다 앞서 9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은행의 금리 인상 폭은 0.1%∼0.2%포인트 수준으로, 이번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선은 2.25∼2.35% 수준으로 올라간다.
금리 인상 폭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동안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에도 꿈쩍하지 않던 홍콩 은행들이 드디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것은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지난 3년 동안 7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채권 금리나 대출금리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홍콩 은행들은 이를 애써 외면해 왔다.
하지만 더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금리 인상 추세를 무시할 수 없게 돼 이번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앞으로 홍콩 은행들이 추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다면 홍콩 정부의 '빈집세'와 더불어 주택시장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산층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 원을 넘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홍콩 정부는 지난 6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빈집세(空置稅) 도입 계획을 밝혔다.
빈집세는 주택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팔리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있으면, 여기에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시가 20억 원 아파트의 연간 임대료가 시가의 2%인 4천만 원이라면, 빈집세는 연 임대료의 두 배인 8천만 원이 된다.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집값 폭등세를 악용해 신축 아파트의 일부를 매물로 쌓아두고 집값이 더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행태를 보였는데, 빈집세는 이러한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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