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목마른 장관들…민간전문가 조언에 귀 '쫑긋'

입력 2018-08-09 18:01  

혁신에 목마른 장관들…민간전문가 조언에 귀 '쫑긋'
부처·기업·전문가 혁신성장 간담회…김동연 부총리 직접 주재
장관들 "구체적 조언 해달라"…"기업도 제대로 준비해야" 쓴소리도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부에 관심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구성해줄 것을 3년간 60번이나 요청했는데, 단 한 번도 답이 없었다."
기계 업체 온라인 플랫폼인 코머신 박은철 대표는 조목조목 창업 과정에서 느꼈던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에 바라는 것을 묻는 말에는 "관심"이라고 짤막하게 끊어 말했다.
그는 "규제 개혁이나 정부가 만드는 정책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기계 온라인 플랫폼에)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중소기업 수출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정부가 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혁신성장을 위한 부처·기업·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하는 기업과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 대표는 "중앙 부처나 지자체도 중소기업 살리기 위한 정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일관성이 없다"며 "정책이 분산돼있다가 보니 세금은 낭비되고 효과도 없다"고 꼬집었다.
기계적으로 비슷한 정책을 쏟아내기보다는 하나의 조직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전담할 수 있도록 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부총리를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삼성전자·현대차·KT[030200] 등 대기업 임원과 배달의 민족·코머신 등 중소벤처기업 대표,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관련 전문가 등이 함께했다.
이번 간담회는 미리 준비한 모두 발언도 없었고 발언 순서도 정하지 않았다.
혁신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참신하고 진솔한 생각을 격의 없이 나눠보겠다는 의도다.
김 부총리는 빅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데이터거래소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전문가 조언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하면 좋겠나" 등 재차 답변을 요구하면서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혜정 KT 부사장은 "데이터거래소에서 데이터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보관하고 분석하고 분석가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광식 현대차[005380] 부사장은 인프라 등 여건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소차 산업을 선도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소 경제가 수소차를 넘어 수송·발전용까지 확장돼야 하며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미 장관은 업계의 입장에 수긍하면서도 동시에 "기업들에도 겸허함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국토부에서 집계를 해보니 수소차 버스 수요를 3천대 정도 만들 수 있는데 그러려면 기업은 3천대를 만들 수 있는 라인부터 깔아야 한다"라며 "정부가 안 도와준다고만 하면 정부도 힘들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블록체인, 공유경제, 혁신인재 양성 등 분야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김 부총리는 "산업계에서는 혁신 생태계 조성, 창업 등을 생각해야 하고 선점할 필요가 있거나 지원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쉬운 분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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