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그저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는 처지입니다."
9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에서 썩어가는 율무밭을 바라보던 김순철(57)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깊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가을 수확을 앞두고 지금쯤이면 푸른 빛이 감돌아야 할 율무가 잎사귀마다 온통 누렇게 썩어 말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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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황무지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건 한 달간 이어진 지독한 폭염에 가뭄이 덮친 탓이다.
화천군이 5t짜리 급수 차량을 동원해 애호박밭에 찾아가 '희망의 단비'를 뿌리고 있지만, 율무나 들깨밭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율무밭은 물을 뿌려도 지형상 어려움이 있고, 들깨는 워낙 땅이 넓어 웬만한 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들깨의 경우 고온으로 잎이 타들어 가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또 농사에 쓸 지하수도 고갈 위기에 처하자 농민 가슴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모(56·화천읍)씨는 "지독한 가뭄에 관정을 파고 3∼4일간 물을 끌어 썼더니 물의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얼마 가지 않아 지하수까지 고갈될 것 같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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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지역 주변 계곡 상류는 수원이 말라 자갈돌만 남았고, 작물보다 모래가 풀풀 날리는 흙먼지가 가득하다.
일찌감치 시작된 가뭄 피해는 고랭지 채소에 이어 들깨와 콩, 고추 등 밭작물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날 곳곳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렸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화천지역의 지난달 강수량은 219㎜로, 지난해 51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벼는 잎집무늬마름병 등 병해충을, 과수는 햇빛 뎀과 생육 비대, 오이와 고추는 비료 흡수율 저조에 따른 생육부진과 수량감소 피해가 우려된다.
벌써 현재까지 화천에서만 사과 3.7㏊, 고추 3.2㏊, 들깨 9.6㏊, 콩 2.4㏊, 인삼 2.3㏊가 피해를 보는 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화천군이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각 읍·면에 5t 살수차 1대씩 배치해 쉴 새 없이 오이와 애호박 등 경작지에 물을 지원하고 있지만,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당분간 비 소식이 없다는 예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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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생활용수마저 부족해질까 봐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산간계곡의 취수보와 지하수가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화천군이 지난달부터 간동면 용호리 등에 지원한 식수는 모두 332t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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