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사냥꾼' 졸업하고 세계 유수 무대 줄줄이 데뷔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라파우 블레하츠랑은 좋은 친구예요. 연주와 녹음 과정을 거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제가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29)는 작년 워너클래식 데뷔 음반 발매에 이어 최근 도이체 그라모폰(DG) 데뷔 음반 녹음도 마쳤다.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33)와의 듀오 앨범으로, 내년 1월 세계 발매 예정이다.
음반 시장이 장기간 불황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젊은 연주자가 세계 굴지의 음반사 두 곳에서 연달아 데뷔 음반을 녹음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봄소리를 두고 "올해 가장 잘 나가는 연주자"란 업계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김봄소리는 "블레하츠와 음악적으로 굉장히 잘 맞는다"며 "이번 듀오 활동이 꽤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6월 폴란드 4개 도시에서 투어 연주를 마친 데 이어 독일 베를린에서는 DG 데뷔 앨범 녹음을 진행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투어 등도 예정돼있다.
블레하츠는 폴란드 작곡가 쇼팽의 작품으로 경연을 펼치는 쇼팽 콩쿠르에서 1975년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이후 30년 만에 배출된 폴란드 출신 우승자로 유명세를 떨친 연주자다. 당시 임동민-동혁 형제가 공동 3위에 올라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던 대회다.
블레하츠는 2016년 10월 폴란드에서 열린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 출전한 김봄소리의 연주를 듣고 '러브콜'을 보내왔고, 역시 그의 팬이었던 김봄소리가 이 제안에 응하면서 이 모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젊고 매력적인 두 연주자의 이 같은 행보에 '혹시' 하는 짓궂은 시선도 있지만 김봄소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며 반달웃음을 지었다. "제 매니저분도 처음엔 조금 경계의 눈빛으로 보긴 했는데요.(웃음) 애초에 음악으로 만난 사이잖아요. 굉장히 예의 바르고 진지해요. 주로 음악과 음악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를 시작으로 입상한 국제콩쿠르만 11개에 달해 '콩쿠르 사냥꾼'으로 불리던 그다. 동시에 '콩쿠르용 연주만 한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 보란 듯이 세계 무대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 리사이틀홀에 데뷔한 그는 올해 드보르자크 페스티벌, 내년 루체른 페스티벌, 예후디 메뉴인 페스티벌 등에도 줄줄이 오른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다.
이번 달에도 작년 ARD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손정범과 금호아트홀 무대에 선 데 이어 오는 15일 클래식 스타 10팀이 총출동하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에 출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가 이끄는 실내악 명가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의 9월 내한 공연에도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참여한다. DG 1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국내 공연 중 첫 번째 무대다.
그는 "대부분이 데뷔 무대인 상황이라 한 무대를 잘 마쳐야 좋은 연결고리가 돼서 더 좋은 스케줄이 생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잡힌 연주만 70회가량. 마른 몸집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소리가 크게 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활 쓰는 테크닉, 음정의 정확도, 작은 소리를 얼마나 명확하게 내는지가 소리가 더 멀리 보내는 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알맹이 있는 소리, 스펙트럼 넓은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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