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교운영위에 정당인 참여' 시의회 결정 뒤집었다

입력 2018-08-12 07:11  

서울교육청, '학교운영위에 정당인 참여' 시의회 결정 뒤집었다
각 학교 학운위 규정에 '정당인 금지' 명시할 수 있게 안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시의회가 정당인도 학교운영위원을 맡을 수 있게 조례를 개정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공문 한 장으로 뒤집었다. 교육청이 규정 공백을 빌미로 시의회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공립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전체에 공문을 보내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규정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정당의 당원인 사람도 학운위원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조례가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조례개정 취지에 맞지 않게 각 학교가 자체 규정으로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를 금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교육청은 "학교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학운위 규정을 정비하라"면서 "학운위에서 정당인을 배제하길 원할 경우 규정에 '학운위원은 정당의 당원이 아니어야 한다'고 명시하라"고 설명했다.
학운위는 학교규정과 예·결산 등 학교운영 제반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학교의 국회'다. 학운위원은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된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6월 '서울특별시립학교 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학운위 조례)를 개정해 '학운위 학부모·지역위원은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여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정당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운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시의회는 조례로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를 금지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하다는 헌법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학교운영위원회 길잡이'라는 지침서에서 학운위원 자격조건으로 정당인이 아닐 것을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상 결격사유가 없으면 학운위원 자격이 있다"며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제한될 수 없으므로 학운위원 자격을 제한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정당인은 학운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운위 조례에 '학운위 구성·운영 등에 관해 조례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규정으로 정한다'는 '포괄위임조항'이 있어 각 학교가 자체 규정으로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청 법률고문 변호사 5명 가운데 4명도 이러한 해석을 내놨다고도 했다.
나머지 변호사 1명은 "조례에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 금지 여부는 각 학교 학운위 규정으로 정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학운위에 정당인이 참여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해명은 시의회를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가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를 막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해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쪽으로 조례를 개정했더니 교육청이 규정 공백을 빌미로 조례보다 하위에 있는 각 학교 학운위 규정에 문제규정을 부활시킨 꼴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의회는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와 헌법상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간 관련성을 검토한 뒤 학운위 조례를 개정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수업내용이 아닌 학교운영과 관련된 사항에 헌법상 정치적 중립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돼 있다.
학운위 조례개정 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었던 김생환 부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교육청이 정당인의 학운위 참여에 대한 일부 학교구성원의 우려를 의식한 것 같다"면서 "조례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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