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소년 죽음 축하한 신나치에 들고일어선 독일 작은도시

입력 2018-08-10 18:36  

난민소년 죽음 축하한 신나치에 들고일어선 독일 작은도시
사고현장서 나치 상징 그라피티에 시민들 '밤샘 추모'로 맞서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작은 도시인 쇤베르크의 한 인도에서 9일(현지시간) 수십 명의 시민이 밤을 지새웠다.
이들은 '여기서 아이가 사망했고 우리는 슬퍼한다'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들의 이런 행동은 지난 6월 20일 현장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9세의 시리아 출신 소년을 추모하고, 반달리즘(공공기물 훼손)을 통한 신나치주의자들의 난민 혐오 행위에 경고하기 위한 것이다.
2015년 부모와 함께 내전 중인 시리아를 탈출해 독일에 정착한 소년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트랙터에 치여 숨졌다.
이후 지난달 8일 사고 현장에는 흰색 페인트로 나치의 상징 문양인 하켄크로이츠가 새겨졌다.
신나치주의자들이 이민자 소년의 죽음을 축하하기 위해 그라피티를 한 것이다.
경찰은 이를 즉각 제거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같은 달 28일 현장에서는 다시 '1-0'이라는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어린이의 사망을 축하하듯 점수판에 기록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역시 경찰은 문양 제거 작업을 벌였다.
또한, 시민의 제보로 22세와 23세의 용의자 2명을 검거해 수사 중이다. 수사당국은 외국인 혐오 범죄로 추정하고 있다.
'밤샘 추모'에 나선 시민들은 남아 있는 하켄크로이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색칠을 한 뒤 꽃을 그렸다. 소년의 죽음을 기리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루츠 괴체 쇤베르크 시장은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지 예상을 하지 못했다"라며 "나치 물결이 되살아날 위험이 있다. 우리는 이에 맞서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마을에 신나치주의자나 외국인 혐오가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며 "우리 마을은 모든 문화와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4천400명의 쇤베르크에는 40여 명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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