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도외시할 수 없어"…투자·변화 박차
우리은행[000030]은 '최고디지털책임자' 영입…카드업계도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현실화하면 은행업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 역사상 인수·합병으로 구성이 바뀐 일은 많아도 이처럼 새로운 형태와 역할의 은행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기존 시중은행은 아직 인터넷은행이 오프라인·대형은행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ICT-은행 제대로 결합시 폭발력↑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가 현행 최대 10%(의결권 미행사 전제)에서 34%나 50%로 상향 조정되면 인터넷은행의 자본 조달 문이 확 트인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는 금융주력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율 58%)를 포함해 9곳이다.
케이뱅크는 최대주주 역할을 할 금융주력자가 없어 주주가 20곳이나 된다.
은산분리에 막힌 탓에 주주 20곳이 모두 같은 비율로 증자해야 하기에 케이뱅크는 자본금을 확충하는 데 늘 어려움을 겪었다.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 상품 판매와 일시 중단을 반복하는 상태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가 34%나 50%로 조정되면 이론상으로 약간명의 주주만 있어도 주주 구성이 가능하다. 주주 단순화로 자본 확충이 용이해지면 대출 확대 등 운신의 폭이 커진다.
기업 투자는 인터넷은행의 전략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대주주로 나선 기업에 따라 특화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측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대주주로 나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나 앱투앱 결제, 해외 간편송금 등 새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낸다면 핀테크로서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인터파크[108790], SK텔레콤[017670] 등 막강한 가입자 수를 가진 기업이 인터넷은행에 뛰어든다면 더 큰 폭발력을 예상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기존 시중은행들이 새 인터넷은행의 지분 참여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시중은행 행장은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나올 때는 그들 영향이 크지 않을 거로 생각해 투자를 유보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기로 봤을 때 인터넷은행이 앞으로 분명한 역할을 할 것이기에 이제는 도외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나 KT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면 투자나 신기술 개발이 지금 수준에 머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존 시중은행 디지털화 박차…카드업계도 긴장
지난해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시중은행도 비대면서비스 개선에 나서면서 지금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모두 24시간 비대면 계좌개설과 신용대출이 가능해진 상태다.
은행들은 은산분리 완화 이후 인터넷은행이 성장할 것을 대비해 디지털화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과 전 사업분야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출시한 신한 '솔(SOL)'을 인터넷은행 수준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며 "은행과 다른 고객·사업모델을 가진 업종과 적극적인 제휴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인터넷은행이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신용카드 시장으로도 진출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투자 대비 수익이나 현재 기술 면에서 아직 신용카드 진출이 적절치 않다며 사업을 일단 보류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나 기업대출 등 인공지능(AI)만으로 진행할 수 없는 부문에서는 기존 은행이 계속 강점이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의 동반자이자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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