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수 뒷걸음질에도…정부, 나홀로 '회복세' 진단

입력 2018-08-12 08:01  

경기지수 뒷걸음질에도…정부, 나홀로 '회복세' 진단
경기선행·동행지수 하락세 뚜렷…고용·투자 부진에 전망도 우울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경기지수의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있는 진단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과 어느 정도의 낙관은 무조건적인 비관을 막고 경제 주체들의 투자·소비 심리를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일견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실과 어긋난 진단은 경제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 신호에 둔감하게 해 자칫 정책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OECD 경기지수 작년 4월 이후 쭉 내리막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청 등에 따르면 최근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인 OECD 경기선행지수(CLI)가 대표적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4월 101.0을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올해 6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 하락 폭이 커지면서 악화세는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3월 99.9를 기록, 두 자릿수로 떨어졌고 3개월만인 6월에는 99.2까지 내려앉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악화일로다.
6월 산업생산동향을 보면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하락했다.
2월부터 4월까지 하락하다가 5월 보합을 나타냈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 정부는 9개월째 "회복세" 진단…정책 대응 실기 우려
다수의 경기지수가 일제히 경고음을 내는 것은 그만큼 경기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뜻이다.
조선업·자동차 등 심화하는 주력산업의 위기,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 등은 반전의 기회를 찾기 쉽지 않은 난제로 꼽힌다.
수년째 회복되지 않는 일자리, 반도체 기계 수입이 주춤하면서 휘청대는 투자, 회복세가 더딘 중국인 관광객 등은 서둘러 대응이 필요한 위기 요인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경기를 진단할 때마다 긍정적인 총평을 빼놓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매달 발표하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9개월 연속 '경기 회복세'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증가세를 강조하면서 "우리 경제가 상반기 2.9% 성장해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는 수출이 반도체 의존도가 높고 대외 불확실성도 어느 때보다 커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가격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면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해 내년 명목 수출증가율이 가격 영향을 제외한 실질 수출증가율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소재·장비의 낮은 국산화율,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구조, 전문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의 해결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계속되는 수출 호조세에만 기대는 것보다는 지나친 쏠림 현상 등 이면을 냉정히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수출 중심으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개별소비세 인하 등도 향후 생산이나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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