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간첩단 조작사건 가족, 낙인찍혀 퇴사…"재산손해도 배상"

입력 2018-08-12 09:00  

남매 간첩단 조작사건 가족, 낙인찍혀 퇴사…"재산손해도 배상"
대법 "국가 불법행위로 퇴사한 것"…'퇴사는 회사책임' 2심 다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전두환 정권이 조작한 간첩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과거사 피해자 자녀들에게 국가는 위자료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981년 발생한 남매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나수연(90)·나진(85)씨와 나수연씨의 장남 정모씨, 사위 김모씨 등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정씨와 김씨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낙인으로 인해 자신들의 학력이나 경력에 걸맞은 직장에 취업해 정상적인 직업생활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학교 및 경력에 상응하는 수입을 얻지 못한 재산상 손해는 국가의 불법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남매간첩단 조작사건은 1981년 3월 전두환 정권이 공안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1976년 간첩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나씨 남매를 다시 체포하면서 시작됐다.
3개월간 경찰에 불법구금된 나씨 남매는 '월북한 사실이 있다'고 허위자백을 했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7년을 확정했다. 남매는 법정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나씨 남매는 2011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2년 9월 재심 결정을 한 법원은 2014년 6월 '불법구금과 고문에 따른 허위자백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무죄 선고 직후 나씨 남매와 자녀들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재산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1·2심 모두 원고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나씨 남매의 가족별로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6천여만원까지 위자료가 산정됐다.
반면 정신적 피해와 별도로 아들 정씨와 사위 김씨의 재산상 손해를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는 하급심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사건 당시 대기업에 근무하던 정씨와 나씨는 사직 압박을 받고 1982년 7월과 1983년 2월에 각각 퇴사했다.
1심은 "회사를 사직한 후 학력이나 경력에 부합하는 직장을 찾을 수 없었고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낙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퇴사하지 않았다면 벌었을 일실수입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회사의 압력을 받아 부당하게 해고당했더라도 해고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회사이고, 국가가 퇴사에 관여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국가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의 불법행위 때문에 회사를 떠나야 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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