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2대 추격 발진…"테러 아니다, 자살 충동으로 시도한 듯"
(서울·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기성 김윤구 기자 옥철 특파원 = 미국의 한 항공사 직원이 훔쳐 몰던 소형 여객기가 긴급 출동한 전투기들의 추격을 받으며 비행하다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비행기는 국제공항의 정비 공간에 승무원 등 탑승자 없이 빈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몬 직원을 제외하고는 인명 피해는 없었다.
CNN방송에 따르면 '호라이즌 에어'(Horizon Air)에서 지상직 직원으로 일하는 29세 남성은 10일(현지시간) 오후 8시께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훔쳐 이륙했다.
76명을 태울 수 있는 터보프롭 Q400 기종의 항공기는 1시간가량 어지럽게 날다 64㎞ 떨어진 케트런 섬의 숲에 떨어졌다.
비행기를 몰던 항공사 직원은 사망했다고 피어스카운티 보안관실은 밝혔다.
에드 트로이어 보안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테러 사건은 아니다"면서 "자살 충동을 느낀" 남성이 독단적으로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교신 기록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자신을 '나사가 몇 개 풀린 부서진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날 돌봐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소식을 듣고 실망할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제사들이 조종법을 알려주려 하자 "도움이 필요 없다. 비디오 게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공항 관제사들이 "당신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다. 왼쪽으로 회전할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하는 건 종신형감 아니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관제사들이 "성공이다. 그렇게 하면 된다. 이제 항공기를 착륙시켜 보자"고 안전 착륙을 유도했으나 이 남성은 "모르겠어요. 모르겠단 말이에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소리쳤다.
항공기의 무허가 이륙 사실이 알려지자 군 당국은 몇 분 뒤 2대의 F-15 전투기를 띄웠다.
보안관실은 전투기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도록 여객기를 따라 비행했다고 말했다. 또 여객기의 추락은 전투기와는 관계없었다고 덧붙였다.
목격자 존 월드런은 곡예 비행하는 것 같은 여객기 1대를 전투기 2대가 쫓아가는 것을 보고 "에어쇼 연습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가 케트런 섬에 다다른 후 큰 폭발음에 이어 시커먼 연기가 올라온 것을 봤다면서 "그 자리에서 모두가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비행기는 추락하기 전까지 지상 건물에 부딪히지는 않았다.
호라이즌 에어는 알래스카그룹 소속으로 미국 서부의 단거리 구간을 운항한다.
알래스카그룹은 연방항공청, 연방수사국(FBI) 등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의 안전담당 분석가 데이비드 소시는 "모든 공항에는 비행기에 단독으로 탑승할 수 없도록 하는 프로토콜이 있다"면서 "어떤 사람이 홀로 비행기에 접근했다면 그건 누군가가 그런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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