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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2일 오전 제주 곳곳에 소나기가 내렸지만, 파종기에 있는 당근 주산지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까지 해발 750m 한라산 성판악에 51㎜의 소나기가 쏟아졌다. 북부지역인 제주시와 남부지역인 태풍센터에 각각 41.1㎜, 37.5㎜의 비가 내렸다.
그러나 정작 비가 내려야 할 당근 주산지 제주시 구좌읍과 인근에 있는 서귀포시 성산읍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 구좌·성산 지역에는 지난달 3일 이후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당근은 오는 20일까지 파종하지 못하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폭염과 가뭄에 파종을 미뤘던 이들 지역 농민들은 제14호 태풍 '야기'가 북상한다는 소식에 비가 내릴 것으로 기대하며 최근 며칠 새 파종작업을 벌였다. 전체 재배면적 1천400㏊의 80% 이상에 파종이 완료된 것으로 추정됐다.
기대했던 태풍이 중국 상하이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꾼 데다 오랜만에 내린 소나기마저 외면하자 구좌·성산지역 농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당근 종자는 파종한 뒤 15일 이내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발아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두환 도 친환경농정과장은 "최근 파종한 농가는 일주일 정도는 더 비를 기다릴 여유가 있다"며 "그러나 이미 발아하거나 파종 후 물을 주기 시작한 농가는 계속해서 물주기를 해야 하므로 용수 공급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있는 제주도로 남동풍이 강하게 유입되면 일시적으로 비구름이 발달해 소나기에 내렸다"며 "산지에는 내일 새벽까지 소나기 형태로 비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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