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폭염 장기화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수축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다. 이달 들어 배추, 양배추, 시금치, 수박 등 야채와 과일 가격이 지난달보다 50% 이상 치솟았다. 고등어, 갈치 등 주요 수산물 가격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등했다. 폭염에 잎채소는 녹아들고, 열매채소는 열매조차 열리지 않아 공급 물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산물은 수온이 오르면서 출하량이 줄었다.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6월에 비해 3.3% 올라 1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닭, 오리, 메추리, 돼지 등 가축이 지금까지 500만 마리 이상 폐사한 탓이다. '장바구니 물가' 불안이 추석까지 이어질까 염려된다.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요식업계가 타격을 받는다. 주부는 장보기 겁나고, 서민은 한 통에 3만~4만 원 하는 수박을 사 먹을 엄두를 못 낸다. 인건비 부담 증가를 호소하는 요식업계에 식자재 가격 상승은 경영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는 국제 유가, 임차료, 최저임금이 올라 이른바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어서 우려를 더한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폭염 일이 예년 평균인 4.3일보다 길었던 해의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8%로 높았다. 올해는 지난달 폭염 일만 15.5일이다. 7~8월을 합하면 폭염 일은 1994년의 28.7일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이 될 수 있다.
기록적인 폭염의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도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개호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폭염과 가뭄으로 일반 농가와 축산·과수 농가 피해가 심각하다"며 수급 이상이 소비자 물가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제사상 물가'에 비상이 걸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이 장관도 무, 배추 등은 비축물량이 있어 최대한 관리하고 있지만 "폭염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작황 통제가 쉽지 않고, 생육 기간이 긴 농수축산물은 공산품보다 수급 조절이 훨씬 어렵다. 그런데 먹거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서민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가격 변동 관찰, 비축물량 방출 등은 정부가 수행해야 할 수급대책 중 기본에 속한다. 여기에 더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시스템이 먹거리 가격 상승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유통을 효율화해야 할 것이다. 사재기 등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가격 불안이 심각해지면 품목에 따라 긴급 수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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