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시간·인간 이야기 담은 조선지도를 만나다(종합)

입력 2018-08-13 16:47  

공간·시간·인간 이야기 담은 조선지도를 만나다(종합)
중앙박물관서 지도 조명하는 첫 대규모 전시 '지도예찬'
지도·지리지 260여점 출품…국보 조선방역지도 최초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도는 다양한 공간 정보를 축약한 자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왕조는 정확성과 미적 완성도를 갖춘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선은 500여 년간 지도를 꾸준히 만들고 보급한 이른바 '지도의 나라'였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철종 12년(1861) 처음 간행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전후에도 수많은 지도가 편찬됐다.
19세기 중반 제작된 '해좌전도'(海左全圖)는 조선이 지향한 지도상이 잘 구현된 유물이다. 단군조선부터 고려까지 역대 왕조, 신라와 고려 지방 행정구역, 산줄기 흐름을 정리한 산경표(山經表)가 한반도 주변에 빽빽하게 기록됐다.
이처럼 조선은 지도에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 관한 정보도 담으려 했고, 이상향에 관한 생각을 투영해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4일 상설전시관 1층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지도예찬-조선지도 500년,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는 조선이 지도의 나라가 된 과정을 소개하는 최초의 대규모 지도 전시다.
13일 열린 전시설명회에서 만난 장상훈 박물관 전시과장은 "조선은 지속해서 지도와 지리지를 구축한 나라였다"며 "정부와 민간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풍성하고 다채로운 지도를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 자신 국내 대표적인 지도 전공자이기도 한 장 과장은 "과거에 지도는 길을 찾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가지 못하는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는 도구였다"며 "조선에서 지도는 공간에 대한 공동체의 이해와 지향을 담은 그릇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조선은 동아시아 지리학 연구와 지도 제작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긴 것으로 평가되지만, 근대 이후 중요성과 의미가 상당히 퇴색했다"며 "조선지도를 새롭게 조망하고, 지도에 담긴 수많은 삶의 흔적을 살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자료는 국보 1건과 보물 9건을 포함해 모두 260여 점에 이른다. 국내 20여 개 기관과 개인 소장가가 수집한 지도가 대거 출품됐다.
그중에는 1557∼1558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제248호 '조선방역지도'(朝鮮方域之圖), 1770년 무렵 신경준이 영조에게 바친 원본이거나 복사본인 보물 제1599호 '경상총여도'(慶尙摠輿圖),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18세기 지리지 '여지도서'(輿地圖書)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특히 임진왜란 때 일본에 유출됐다가 1930년대 한국에 돌아온 조선방역지도는 세로 132㎝, 가로 61㎝ 크기로, 팔도 각 군과 현을 다른 색상으로 칠해 가독성이 높다. 북쪽은 만주, 남쪽은 제주도와 쓰시마섬까지 표시했다.
전시는 공간, 시간, 인간, 지도 연대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공간을 다룬 제1부에서는 조선 전도뿐만 아니라 세계지도, 천문지도처럼 다양한 영역을 대상으로 한 지도를 선보이고, 시간이 주제인 제2부에서는 조선 사람들이 지도에 역사를 어떻게 기록했는지 확인한다.
이어 제3부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춰 국토를 잘 지키고 태평성대를 이루려는 마음이 지도에 반영된 양상을 분석하고, 제4부에서는 조선시대 지도 제작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백미는 특별전시실 안쪽 공간에 별도로 전시된 대동여지도. 22권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는 모두 펼치면 세로 6.7m, 가로 3.8m에 이른다.
곡선으로 처리한 물줄기와 구별하기 위해 도로는 직선으로 그린 뒤 10리마다 점을 찍었고, 지명 1만1천700여 개를 수록했다.
장 과장은 "김정호는 18세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조선 지도학과 지리학 성과 덕분에 대동여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호가 새로운 지도를 제작한 이유는 19세기 상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당시 안으로는 소수 가문에 권력이 집중돼 정치가 혼란스러웠고, 밖으로는 서양 세력이 국토를 침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특별전과 연계해 9월 14일 한국고지도연구학회와 공동 학술대회를 열고, 9월 19일에는 지도 강좌를 진행한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관람료는 4천∼6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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