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제재 방어' 총력전…美국채 팔고 유로·위안화로 결제

입력 2018-08-13 10:04  

러시아 '美제재 방어' 총력전…美국채 팔고 유로·위안화로 결제
트럼프 제재·美의회 초강력 법안에 '달러의존도 낮추기' 박차
월가는 루블 하락 속 러시아 국채 매각·투자 회수 나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미국의 경제제재로부터 오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달러화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고 있다.
미국 금융가에서는 러시아 자산의 위험이 커진다고 보고 러시아 국채를 팔거나 투자를 회수하는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 겸 부총리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국제 결제에서 위험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우리가 이미 최저수준에 도달했으나 미국 경제, 미국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를 더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이 같은 발언이 지금까지 나온 언급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는 가장 직접적인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미국 재무부 채권은 올해 5월 말까지 2개월 사이에 960억 달러(약 108조5천억원)에서 150억 달러(약 17조원)로 줄었다.
러시아와 미국의 긴장은 영국 내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사용 사건을 이유로 미국 행정부가 지난주 러시아를 새로 제재하면서 더 악화했다.
특히 미국 의회는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정황을 들어 행정부 제재보다 훨씬 강력한 대러 제재 법안을 초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러시아 국채가 통용되지 못하도록 막거나 러시아 국영은행들을 미국 금융망에서 축출하는 등의 조치가 담겼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 은행이 달러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경제 전쟁'으로까지 따로 지목했다.
러시아로서는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금융망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것이 미국 독자제재의 타격을 줄이는 방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소수 측근 중 한 명인 실누아노프 장관은 미국의 제재 확장을 두고 "불쾌하지만 치명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실누아노프 장관은 제재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외국과의 교역 때 루블, 유로, 위안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누아노프 장관은 석유 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를 회피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조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석유는 통상 달러화로 계약되고 결제되지만 우리 공급에 대해 달러에 상응하는 유로나 자유롭게 환전되는 다른 통화, 심지어 우리 루블로 계약을 설정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러 제재 여파를 우려하는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루블화 약세를 지목하며 러시아 자산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UBS그룹AG는 보고서를 통해 루블을 보유하는 위험이 이익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매니저인 디애나 아모아는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 국채가 발이 묶일 가능성을 50%까지 진단했다.
루블화 가치는 미국과 터키의 갈등 악화로 인한 위기와 맞물려 지난주에 6% 이상 떨어졌다.
아모아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정학 때문에 모두 신경이 곤두섰다"며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많은 제재가 다가오는데 미국으로서는 내정개입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잠재적 제재의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러시아 자산보유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는 다음 달까지 여름 휴정기로 대러 제재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인 한스 레데커는 "루블이 미국의 새 제재법안에 매우 예민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정치적 리스크가 감정을 자극해 9월로 가면서 루블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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