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최정학 방통대 교수 '임의제출 가능성' 등 고강도 비판
"대법관이 심의관 작성문건 따라 재판 안한다는 판단은 영장판사 월권"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면서 내놓은 이유를 두고 현직 법학교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최정학 교수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실태 톺아보기: 법원행정처의 추가 문건 공개 등을 중심으로' 토론회 발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5차례에 걸쳐 청구된 20여 건의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법원의 기각 사유를 유형별로 분석했다.
우선 법원이 지난달 20일과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든 것을 두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는 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혐의를 받는 조직의 수장에 대해 법원이 공모관계가 미리 소명되지 않았다는 엄격한 기준으로 영장을 기각하는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1일 법원행정처 등을 대상으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며 법원이 내놓은 설명인 '임의제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사유"라며 "옹색한 구실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체 어떤 사건에서 법원이 피의자가 장래에 증거를 임의로 제출할 가능성을 들어 영장을 기각한 사례가 있었느냐"며 "영장이 발부된 외교부와의 형평성도 지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이달 1일 영장을 기각하면서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대한민국 대법관이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사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 교수는 "범죄 실현 결과에 대한 것은 영장담당 판사가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영장 판사가 발부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본안 문제에 예단을 내세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관련 자료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며 제시한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사유도 석연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지금과 같이 법관들이 법원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조직에 해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감추려고만 한다면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고 국민과 법원의 거리감은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공개할 문건을 두고 법리를 다투기보다는 과오를 솔직히 고백하고 사죄하는 법관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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