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청와대 회동, 민생·경제라도 '협치 제도화' 계기돼야

입력 2018-08-13 16:58  

[연합시론] 청와대 회동, 민생·경제라도 '협치 제도화' 계기돼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로 한 것은 대통령과 정치권이 모처럼 현안에 머리를 맞대는 것으로 환영한다.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가 가중되고 있고,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아우성이 커지는 마당에 정치 지도자들이라도 청량감 있는 대화로 희망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19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그사이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만날 계기들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원내사령탑들과의 만남인 만큼 소모적인 정치적 신경전보다는 생산적인 정책 현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반기 민생경제법안은 물론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노동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 규제 개혁을 통해 혁신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방안 등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경제성장 엔진을 재점화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대 국가 과제는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디딤돌을 구축하고,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향해야 할 공통의 목표다. 이를 위한 정치적 수단은 협치다. 입법을 통해 개혁과제들이 실현될 수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구축될 때 비로소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협치의 부재 상태에서는 공통의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 여소야대 국회 구조에서 정책이 전진하기 위해서 여야의 타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타협을 위해서는 일정한 양보와 주고받기는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은 3대 경제 정책 원칙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균형 있게 추진하면서도, 정책 현장에서 빚어지는 파행이나, 과속에서 비롯되는 문제 등은 야당으로부터 경청해야 한다.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원칙의 훼손이 아니라 원칙의 고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개혁입법연대의 틀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이 촉구하는 선거제도 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통해 야당에 화답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국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되, 민생 경제에 있어서는 문 대통령에게 지혜를 보태야 한다. 협치의 자세는 대안 야당의 조건이다. 최근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에도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야 한다. 민생을 어루만지고 경제를 살리는 정책과 입법이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 추진 과정 등 외교·안보 현안에서는 초당적 협력이 긴요하다.

개각이 검토될 때 한때 거론됐던 '협치 내각'의 문제는 여야의 협치 공감대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돌출적으로 추진될 일이 아니다. 민생 경제 현안 대처와 정책 입법의 공조를 통해 협치의 신뢰가 쌓여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풀릴 문제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에서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의 선결 처리 법안에 대한 협력을 다지는 데서 나아가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 등 보다 근본적인 협치의 제도화 방안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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