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서총련 前간부 증거인멸 사례로 적시…검찰도 간과
"구속 취소해야"…경찰 "착오 뒤늦게 발견, 구속취소 사유는 아냐"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경찰에 구속된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 전 간부 김모(46)씨의 구속영장에 김씨가 보내지도 않은 문자메시지가 '증거인멸 시도' 사례로 적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경찰과 김씨 변호인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10일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과 자진 지원 혐의로 안면인식 기술 관련 기업을 운영하는 서총련 전 간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다음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발송하지 않은 문자메시지를 김씨가 보낸 것으로 착각해 이런 내용을 영장에 포함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체포된 직후 변호사에게 연락해야 한다며 경찰 공용 휴대전화를 빌려 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반납했다.
이후 경찰 수사관이 공용 휴대전화를 분석하면서 김씨가 체포되기 전 휴대전화에 있던 영문 문자메시지를 김씨가 발송한 것으로 착각해 공범을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문자메시지는 '에어컨 수리를 위해 집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영문 메시지로 김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경찰은 김씨의 구속영장에 "자신의 체포를 알리고 증거를 인멸하라는 듯한,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며 "김씨를 구속하지 않으면 또 다른 공범과 진술을 공모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경찰이 잘못된 증거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 역시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영장을 청구하면서 검경 모두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씨 변호인은 "경찰이 잘못된 증거를 토대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구속 적부심이 아니라 검찰에서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구속을 위해 고의로 영장사유를 조작한 것"이라며 "수사팀을 무고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수사 중단과 수사팀 교체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안수사대 관계자는 "경찰이 착각한 것은 맞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수사관이 문자메시지를 영장 신청 사유에 넣었지만, 영장이 발부되고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즉시 바로잡기 위해 경위서를 작성하고, 검찰에도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며 "구속취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문제다. 영장에 다른 사유도 있기 때문에 이번 착오가 구속취소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총련에서 투쟁국장을 지낸 인물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차려 북한 기술자들과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9일 김씨를 체포해 수사한 뒤 11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