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초청에 유혹 느낄 北…피하고 싶은 南은 9월 중하순 개최 가닥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3차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먼저 제안하고도 정작 날짜 합의 등에는 뜸을 들이는 모습이다.
남북은 13일 고위급회담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개최하는 데 합의했으나 공동보도문에 구체적인 날짜를 못 박지 않았다.
사실 이번 고위급회담은 올해 들어 열린 4차례의 고위급회담 중 유일하게 북한이 먼저 제의한데다, 북측이 의제를 판문점선언 이행상황 점검과 남북정상회담 준비 문제 협의라고 적시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공식화해놓고는 정작 날짜 합의를 뒤로 미룸으로써 남측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만든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이 이번 회담에서 정상회담 날짜에 대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날짜 합의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서로 탐색하거나 입장을 주고받는 데 그쳤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3차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내달 9일이 정권수립 70주년이어서 이날과 가까운 날짜에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정권수립 일에 즈음해 남측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회담을 한다면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이 큰 사안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남한 정부 역시 내달 9일을 전후한 날짜는 피해가고 싶은 시점이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염두에 둔 정부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8월 말 개최를 염두에 뒀었다는 후문이다.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북측이 먼저 제의하고도 남측이 서둘러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고위급회담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이날 종결회의에서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날짜를 못 박지 않은 채 9월 안으로 합의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성과물을 내야만 하는 정치적 부담을 남측에 제공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사실상 북한이 이번 회담 제의가 정상회담 개최보다는 판문점선언 이행에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정부를 향해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조하지 말고 판문점선언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등 비핵화 초기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며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 회담에 남측은 정상회담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나왔다면 북한은 판문점선언 이행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대남 압박 차원에서 날짜를 주지 않고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남북 모두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은 선에서 9월 중순이나 하순에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평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만남이 이어진다면 교착 국면의 북미 협상에 추동력이 되고 남북관계 협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고 교수는 "지금 국면에서는 미리 못을 박아놓으면 앞으로 있을 변수와 관련지었을 때 일정 조정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남측이 원하는 대로 가급적 빨리하되 그런 변수들 한번 지켜보면서 최종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