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 박사학위 좌절' 놓고 제목 바꾸며 종일 기사 재생산
"학계에선 박사 논문 불합격 특별한 일 아냐…반응 심하다"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십수 년 전 TV 프로그램에 나와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던 '지능지수(IQ) 187' 소년이 있었다.
덧셈이나 뺄셈 같은 사칙연산 앞에서 끙끙댈 법한 대여섯 살 때부터 칠판에 적힌 각종 방정식을 능수능란하게 대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8살에 대학에 입학하고 11살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합격한 그에게 이목은 더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청년으로 성장한 송유근(21) 씨 얘기다.
13일 오랜만에 그의 이름이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2009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에 입학한 그는 최근 블랙홀과 관련한 교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졸업 연한인 8년 안에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면서 이달 말 수료증을 받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조만간 군대에 입대해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수년 전 논문 표절 논란에 지도 교수가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그는 UST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지는 못할 처지에 놓였다.
UST 관계자는 "개인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 과정과 결과는 학교 측에서 노출하지는 않는다"며 "더군다나 불합격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외부에 전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언론에선 한 매체의 첫 보도 이후 종일 그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새로운 팩트는 없는 데도 제목은 모두 조금씩 달랐다.
검색을 통한 클릭을 늘리기 위해 기사를 지속해서 전송하는 전형적인 어뷰징 사례다.
실제 그의 이름은 우리나라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종일 오르내렸다.
학계에선 그러나 석사 생의 박사학위 논문 불합격 사례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한 연구원(42)은 "박사 논문 심사에서 떨어지는 건 학계에서 자주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송씨가) 남다른 성장 과정을 거친 것은 맞지만, 그가 누구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 데 관심이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KAIST 대학원생 최모(28) 씨는 "온종일 검색어에 이름이 올라 있는 걸 보고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재 교육 시스템을 돌아보자는 등의 건설적인 논의보다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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