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자결한 '첫 근대적 통치자' 머리카락 반환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외국 정부로부터 약탈 유물의 반환을 요구받아 고민에 빠진 영국의 한 박물관이 이 유물을 슬며시 전시대에서 빼는 조치를 했다.
영국 국립전쟁박물관(National Army Museum)은 에티오피아 정부 측이 19세기 영국 측이 약탈한 머리카락 한 타래에 대해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자 이같이 대응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머리카락은 에티오피아의 최초의 근대적 통치자로 알려진 테오드로스 2세(재위 1855~68) 황제에게서 나온 것이다.
테오드로스 2세 황제는 1868년 영국군의 침공으로 패배가 확실해지자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는 영국인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고, 이들 중 한 외교사절은 2년 이상 쇠사슬에 묶인 채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자결한 그의 옷은 갈기갈기 찢겼고, 그의 머리카락은 잘려져 다른 약탈물 수백 점과 함께 영국으로 보내졌다.
테오드로스 2세는 에티오피아의 여러 왕국을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시키는 한편 교회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무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에티오피아의 표트르 대제(러시아 황제·1672~1725)'로까지 불린다.
박물관 측은 지난 4월 영국 주재 에티오피아 대사의 방문을 받아 이 유물의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청받고 나서 이를 전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에티오피아 측은 이 유물을 돌려받아 테오드로스 2세 황제의 다른 유해와 함께 매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다음 달 1일 이전에 에티오피아 측에 결과를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티오피아는 오랫동안 약탈 유물을 돌려줄 것을 영국에 요청하고 있다.
일부 성과도 있어, 지난 4월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은 금관 하나를 포함한 여러 유물을 장기 임대 형식으로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박물관의 트리스트램 헌트 관장은 영국과 에티오피아의 역사에서 19세기에 일어난 이런 일들은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그러나 2010년에는 3천500만 명의 에티오피아 기독교도들이 매우 성스러운 것으로 간주하는 약탈 유물에 대해서는 반환을 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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